[기자의 눈/조용우]검찰마저 ‘투기와의 전쟁’ 나서야 하나

  • 입력 2005년 7월 12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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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와 대학 입시안 등 첨예한 사회 문제를 둘러싸고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선전포고’를 하고 전쟁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정권 핵심 인사들이다.

이들은 ‘전쟁 선포’ ‘초동진압’ ‘전면전’ 등 살벌한 군사용어까지 동원하고 있다. 국가홍보를 책임지고 있는 고위 관계자가 특정 대학을 겨냥해 “조져야 한다”는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물론 부동산 투기와 서울대의 입시정책 등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고 대책도 필요하다. 정부 여당의 ‘선전포고’도 투기심리를 위축시키거나 여론조성을 위한 선의의 전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군사독재와 맞서 싸워 온 것을 ‘훈장’으로 여기는 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용어로는 적절치 않다는 느낌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이런 전쟁에 사정(司正)기관인 검찰까지 돌격대로 나섰다는 점이다. 11일 대검찰청에는 전국의 부동산 투기 단속 전담 부장검사 39명이 모였다. 검찰이 국세청 경찰청 등과 합동단속반을 만들고 ‘전쟁’을 선포한 지 사흘 만이다.

검찰 관계자는 “연말까지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단속 기간을 연장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이 각 검찰청 형사부에 부동산 투기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한 것을 놓고 내부에서조차 “전시행정의 표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 형사부는 검사 1인당 월평균 200건 이상의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 일상 업무에 허덕이는 형사부 검사들에게 부동산 투기 단속까지 하라는 것은 무리라는 불만이다. 한 중견 간부는 “부동산 폭등은 금리, 수급불균형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린 것인데 과연 검찰의 칼만으로 이 시장의 메커니즘을 바꿀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사회가 이성이 마비돼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행정기관인 검찰이 정부 정책을 충실히 따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과거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일에 앞장섰다가 나중에 그 일의 정당성 여부와 관계없이 치러야 했던 대가를 한번쯤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

조용우 사회부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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