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군부대 철조망 자르기, 두고 봐선 안 된다

  • 입력 2005년 7월 12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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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있었던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시위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해당 주민들의 생존권에서부터 법과 공권력, 국가의 정체성 문제까지가 모두 이 사건에 직접 관계돼 있다.

지난해 한미 양국 간 합의에 따라 서울 용산 미군기지는 2008년까지, 미 2사단은 2008년 이후 각각 평택으로 옮기게 돼 있다.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주민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풀었어야 했다. 이른 시일 안에 해결되지 않을 경우 ‘생존권 투쟁’이 ‘이념 투쟁’으로 바뀔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지만 정부는 1년 동안 사실상 손 놓고 있었다. 이제라도 사태의 심각성을 바로 보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습에 나서야 한다.

그렇더라도 시위 과정에서 일부 주민들과 외지에서 온 사회단체들이 인근 미군기지의 철조망을 일부 절단하고 훼손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자국인(自國人)이건 외국인이건 폭력적 방법으로 안전을 위협하려드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더욱이 이 같은 일이 평택을 전국적인 미군 철수 운동의 새 발원지로 만들려는 외부 단체들에 의해 저질러졌기에 문제는 더 심각하다. 시위에는 한총련과 민노당 간부들도 대거 참여했다고 한다.

공권력은 이럴 때 엄정하게 행사돼야 한다. 쇠파이프가 난무한 시위 현장에서 전경을 포함해 60여 명이 크게 다쳤는데도 현장에서 연행된 사람은 3명뿐이라면 누가 공권력을 어렵게 알겠는가. 5월 광주 미군기지 폐쇄 요구 시위 때도 철조망 일부가 뜯겨 나갔지만 경찰은 한 사람도 연행하지 않다가 뒤늦게 문제가 되자 20여 명을 입건해 빈축을 사지 않았던가.

정부는 차제에 미군부대에 심리적, 물리적 위해를 가하려는 어떤 행동도 국가의 안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이적(利敵) 행위이자, 국가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행위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야 공권력도 살고, 대외관계에서 신뢰와 국가적 위엄도 지켜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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