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투자를 포기하거나 보류하는 기업이 늘면 ‘경기침체가 더 심해지고 결국 성장잠재력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을 피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약자(弱者)를 위한 분배 개선’을 아무리 강조해도 ‘분배를 가능하게 하는 성장’을 제대로 이룩할 수가 없다. 이번 조사에 응한 CEO의 대부분은 올해와 내년의 성장률이 3%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저성장은 일자리 부족과 소비부진의 결과인 동시에 취업난과 소비위축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원인도 된다. 결국 고통이 서민들에게 집중되는 구조다.
CEO들의 40%는 국내투자 부진의 원인으로 ‘정치논리 확산에 따른 경제여건 불확실성 고조’를 꼽았다. 국민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편 가르는 정치논리와 이에 매달리는 경제정책이 투자의욕을 잃게 했다는 얘기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정치지형(地形)을 인위적으로 바꾸기 위해 들고 나오는 연정론(聯政論) 같은 것도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새로운 요인이 될 소지가 있다.
투자부진의 다른 이유로는 ‘높은 임금 및 공장용지 가격 등에 따른 채산성 확보 어려움’(31%), ‘수도권 입지규제 등 투자관련 규제’(13%) 등이 지적됐다. 정부가 무분별하게 벌이고 있는 ‘국토 개조사업’이 전국의 땅값을 폭등하게 하니, 투자여건은 더욱 나빠질 우려가 높아지는 셈이다. 또 규제완화는 정부 관계자들의 입에서만 맴돌 뿐,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CEO들의 45%는 투자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일로 ‘경제성장 중심의 국정운영’을 꼽았다. 또 기업정책의 일관성, 노사관계의 안정, 투자규제의 획기적 개선 등을 요망했다. 정부가 이런 목소리에 귀를 막은 채 ‘결과가 더 악화될 뿐인’ 분배, 균형, 형평을 외치기만 해서는 우리 경제가 장기불황의 늪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