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食파라치’ 해도 너무하네…포상금 노리고 식품社에 협박까지

  • 입력 2005년 7월 1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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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르트에서 귀고리가 나왔다며 10억 원을 요구한 뒤 청와대에 진정서를 내고 그래도 안 되니까 소송까지 내더군요.”(유제품 제조회사 A사)

“밥을 비벼 먹는 과정에서 쌀벌레가 나왔는데 무조건 식품회사 책임이라며 1000만 원을 요구했습니다. 거절했더니 인터넷에 알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식품회사 B사)

불량식품을 발견했다며 기업이나 행정당국을 상대로 돈을 요구하는 ‘식(食)파라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부정·불량식품 신고포상금을 현행 최고 3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올리는 내용이 포함된 식품위생법 개정이 지난해 말 공론화된 뒤 올해 들어 이런 현상이 부쩍 늘었다.

‘식파라치’의 주장 가운데는 사실도 있지만 터무니없이 침소봉대한 사례가 많아 기업은 물론 정부 당국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 인터넷의 부작용?

A사는 인터넷으로 청와대에 접수된 ‘요구르트에서 귀고리가 나왔다’는 진정서 때문에 공장 조사를 받았다.

공무원이 생산직 사원들의 귀까지 검사했지만 귀를 뚫은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났다. 하지만 여기에서 끝나지 않아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인터넷, 카메라폰, 디지털카메라의 발달도 ‘식파라치’를 늘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 인터넷에는 ‘돈 제대로 받아내는 법’이라는 글이 버젓이 떠돌고 있다. 식품회사들이 ‘위협’을 느끼는 수준이다.

작년 8월에는 인천에 사는 30대 여성이 8개 식품회사에 전화를 걸어 “당신네 제품을 먹고 배탈이 나서 3일간 피아노 과외 교습을 못했다”며 수백만 원씩 요구하기도 했다.

A사 관계자는 “올해 들어 돈을 요구하는 ‘식파라치’가 2, 3년 전보다 2배 이상으로 늘었다”면서 “요즘 식품업체들은 ‘식파라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정보를 공유한다”고 전했다.

○ 행정당국도 골머리

포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행정당국도 골치가 아프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2000년 이후 부정·불량식품 신고 유형을 분석한 결과 당초 법 취지에 맞는 위해(危害) 식품 신고는 1.5%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영세 사업자를 괴롭히는 내용이었다. 식당에서 나온 머리카락을 사진으로 찍어 신고하거나, 소형트럭 1대로 여러 식당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사람을 영업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고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식약청은 이달 28일부터 시행되는 식품위생법 개정을 앞두고 ‘부정·불량식품 신고 포상금 규정’에 관해 막바지 조율작업을 하고 있다.

광우병에 걸린 소를 식품원료로 사용하는 것과 같은 ‘결정적 잘못’을 신고한 경우에는 포상금을 대폭 올리되 ‘사소한 불량식품’은 포상금액을 낮추거나 아예 없애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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