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추가 테러 위험에 따라 영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소개 또는 대피 소동이 빚어졌다. 영국과 뉴질랜드의 이슬람교 사원이 잇따라 습격당해 이슬람교도들에 대한 보복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추모 물결=일요일인 10일 오전 런던을 비롯한 영국 전역의 성당과 교회에서는 희생자를 위한 추모 미사와 예배가 열렸다. 로완 윌리엄스 켄터베리 대주교는 전국에 생중계된 미사에서 테러리스트들을 “살인과 수치의 악령”으로 규정한 뒤 “폐허가 된 런던의 광경은 악의에 찬 압제주의에 계속 맞서야 한다는 의무감을 일깨워 준다”고 말했다.
최대 희생자가 발생한 런던 킹스크로스 역 주변 외에는 여느 때의 활기로 넘쳐났다. 경찰 애슐리 워커 씨는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모든 게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모습을 테러범들에게 보여 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어리둥절해 하는 기자에게 말했다.
▽신원 파악 난항=영국 BBC방송은 9일 테러로 다친 중환자 1명이 병원에서 숨져 확인된 사망자는 49명이 됐다고 전했다. 또 25명이 실종됐으며 부상자 700여 명 중 15명이 위중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종자와 중환자들이 모두 숨진다면 희생자는 89명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영국 경찰은 희생자들의 시신이 심하게 훼손되고 수습이 어려워 신원 확인이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런던 경찰청 짐 디키 부청장은 “우리는 아직 누구에 대해서도 신원을 확인할 증거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영국 경찰은 7일 최초 발표와는 달리 3건의 지하철 테러가 이날 오전 8시 50분경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고 9일 밝혔다. 영국 경찰은 이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폭탄 3개가 몇 초 간격으로 폭발했다”며 이는 폭탄이 시한장치로 터졌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용의자는 누구=영국 더 타임스는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폭탄 테러를 주도한 시리아 출신의 무스타파 세트마리암 나사르(47)가 주모자로 떠오른다고 보도했다. 그가 ‘휴면 상태’의 영국 내 테러조직 세포를 재가동시켰다는 것.
스페인 경찰은 나사르가 G8(선진7개국+러시아) 정상회의가 아니라 5월 영국 총선거를 겨냥해 테러를 일으킬 것으로 판단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나사르는 요르단 출신의 국제테러범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의 측근으로 현재 이라크에 은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영국 망명 후 16년간 런던에 살다 지난해 종적을 감춘 알 가르부지도 영국 경찰과 국내정보국(MI5)의 추적을 받고 있다. 그는 아랍어 위성방송 알 자지라를 통해 혐의를 공식 부인하기도 했다.
한편 9일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버밍엄 중심 유흥가에서 테러 사전 경고를 받고 시민 2만 명이 한때 소개됐으며, 미국 시카고에서는 전철역에 정체불명의 여행 가방이 방치돼 승객들이 대피하는 등 지구촌 곳곳에서 테러 후폭풍이 빚어졌다.
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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