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6자회담 재개합의]“켈리는 신중…힐은 용감”

  • 입력 2005년 7월 1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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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美 협상 주역은

“과연 힐(Hill)!”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9일 북한 측 수석대표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비밀 접촉 끝에 ‘북한의 회담 복귀’를 이끌어내자 서울과 워싱턴 외교가에서 나온 대체적 반응이다.

지난달 22일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며 공개적으로 방북 의사를 내비칠 정도로 적극적인 그의 태도가 평행선 같던 북-미 관계에 ‘접점’을 만들어냈다는 것.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6자회담의 구원투수’인 힐 차관보가 스스로 등판 기회(4차 6자회담)를 만든 셈”이라고 말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이번 동북아 순방도 힐 차관보의 요청이 적극 반영된 결과. 주한 미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라이스 장관이 방한 때 힐 차관보에게 북핵 문제에 대한 상당한 권한을 위임하는 내용의 발언을 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을 향해 ‘힐 차관보를 믿고 협상해도 좋다’는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힐 차관보도 전임자인 제임스 켈리 전 차관보와는 분명히 차별되는 외교 행보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켈리 전 차관보가 6자회담장에서 딕 체니 부통령으로 상징되는 미국 내 신보수주의자(네오콘)의 훈령을 충실히 주장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힐 차관보는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장관의 신임을 바탕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려 할 것이라는 것.

워싱턴의 한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이와 관련해 “켈리는 신중하지만(Cautious), 힐은 용감하다(Coura-geous)”고 말했다.

그러나 힐 차관보의 이런 과단성이 6자회담의 좋은 성과로 곧바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탁월한 협상가인 그는 회담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북한이 ‘협상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판단이 서면 역시 과감하게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그는 회담 성공을 위해서라면 실제로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려 할지 모른다. 그러나 6자회담에 희망이 없다고 판단하면 누구보다 북한에 단호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한편 앞으로 힐 차관보의 카운터파트 역할을 맞게 될 김 부상은 북한의 대표적 미국통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당시 찰스 카트먼 한반도평화회담 담당 대사와 찰떡궁합을 보이며 두 사람의 영문 머리글자를 딴 ‘K-K 라인’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실력파 신진 힐 차관보와 관록의 노장 김 부상도 ‘K-H 라인’을 형성해 나갈 수 있을까. 6자회담 성패의 핵심 변수 중 하나이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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