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네자릿수 시대 신풍속도…간접투자 늘고 개인투자자 줄어

  • 입력 2005년 7월 1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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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같으면 문의 전화도 많이 왔는데, 요즘은 신규 고객 상담이 거의 없어요. 지수 네 자릿수 시대라고 하는데 영업점에서는 전혀 그런 분위기를 못 느끼겠네요.” 교보증권 양평동지점에서 일하는 오기철 씨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요즘 증권사의 각 영업점은 그야말로 썰렁하다. 과거에는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넘으면 객장에 고객들이 북적댔고 그만큼 활황의 분위기도 만끽할 수 있었다. 하지만 5년 만에 다시 찾은 지수 네 자릿수 시대는 ‘소리 없이 조용히’ 객장에 찾아왔다.》

○ “네 자릿수 시대 맞아?”

“요즘은 신문사나 방송사도 객장에서 고객 인터뷰 안 하잖아요? 객장에 사람이 있어야 말이죠.”

“예전처럼 ‘주식꾼’들이 객장에서 판을 깔고 앉아있던 시대는 갔어요. 요즘은 사람이 없어서 에어컨 쐬러 들어오는 사람들도 무안해서 그냥 나갈 지경이라니까요.”

영업점 직원들의 말이다. 실제로 대신 삼성 굿모닝신한 현대 교보 등 주요 증권사 영업점을 찾는 고객 수는 지수가 세 자릿수였던 지난해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사이버거래시스템(HTS)이 발달한 것도 원인이지만 무엇보다 증권사와 고객 모두가 차분해졌다는 것이 과거와 다른 점.

신규 계좌 개설 문의도 거의 없다. 2000년 정보기술(IT) 열풍으로 주가가 급등했을 때에는 초보 투자자들이 영업점에 대거 몰려 “코스닥 시장이 여의도 몇 번지에 있느냐”는 황당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계좌 수가 줄지도 늘지도 않는 상태. 증권사들도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약정 중심의 경쟁보다는 고객의 자산을 늘리는 차분한 영업으로 지수 네 자릿수 시대를 맞고 있다. 삼성증권처럼 영업점 85곳 중 절반 이상에서 객장에 시세판을 없애 아예 고객이 북적거릴 소지를 줄인 회사도 있다.

○ 늘어나는 간접투자

지수 네 자릿수 시대가 됐지만 개인투자자는 줄고 있다.

한국의 주식투자 인구는 지난해 말 376만 명으로 2003년에 비해 17만4000명, 4.4%가 줄었다. 시가총액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1999년 말 31%에서 지난해 말에는 20%로 급감했다.

최근 한 달 동안 개인투자자는 거래소와 코스닥 시장에서 모두 1조4783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매도금액에서 매수금액을 뺀 액수)했다.

이는 과거 지수가 1,000을 넘을 때마다 벌 떼처럼 달려들던 투자자들이 올해에는 적립식 펀드 등 간접투자를 이용하는 쪽으로 바뀌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적립식 펀드 규모는 올해 들어 매달 5000억 원씩 증가하며 5월 말 7조6800억 원까지 늘어났다.

증권사들도 과도한 주식매매 경쟁보다는 고객 자산을 늘리는 쪽으로 차분하게 영업을 하고 있다.

대한투자증권 평촌지점 최호웅 지점장은 “이제는 펀드 고객과 주식 고객이 확연히 나뉜 것 같다”며 “적립식 펀드는 아직도 가입하려는 고객이 많아 본격적인 간접투자 시대가 시작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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