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유영구]대학기부금 대학 하기 달렸다

  • 입력 2005년 7월 1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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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사학(私學)은 학생을 교육해 배출한다는 사회적 기여도에 비해 재정 형편은 매우 열악하다. 기본재정은 재단전입금, 등록금, 기부금 등으로 이뤄지는데 이 중 대학마다 형편이 다른 항목이 기부금이다. 기부금의 많고 적음은 사학 운영에 큰 영향을 준다. 그런데 기부금이 이른바 ‘상위권 대학’으로 쏠리는 현상이 심해 문제가 되고 있다.

이 같은 쏠림 현상을 바로잡을 ‘손’이 과연 있을까. 동문 등 연고성 기부자보다는 기업 등 비연고성 기부자가 훨씬 많은 현실을 감안할 때 기부의 사회적 공공성, 윤리성을 내세워 그들을 일깨움으로써 기부 대상의 편중 현상을 바꿀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이다. 천재지변이 일어났을 때 기업들이 내는 기부는 그들의 윤리적 판단 등으로 이뤄진 것이지만, 학교 기부에 똑같은 행동원리를 기대할 수는 없다.

기업이 교육에 기부하는 것은 구제의 논리, 자선의 논리, 사회균형의 논리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시장경제의 큰 틀 속에서 투자의 논리가 주축을 이루고 공공성의 논리는 곁들여진 것이다.

그러므로 기부금을 얻기 위해서는 대학 스스로가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 대학은 크건 작건 간에 독특한 개성화와 학문의 연구 성과를 올려 사회가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작고 역사가 짧은 대학은 고전은 하겠지만 나름대로 뭔가 열심히 노력하고 연구하고 개발하면 열릴 것이다. 형평성을 호소하는 것은 일회성뿐이고 연속성이 없다.

대학의 개성화, 고도화, 실용화만이 앞으로 대학이 살아남는 길이다. 교육의 장(場)으로서의 대학 고유의 전통과 시장의 논리를 유기적으로 접목하는 것이 대학의 과제다. 국공립대는 기초연구, 인문분야에 주력하고 사학은 실용 연구를 분담하는 게 바람직하다. 기초과학은 당장의 투자효율성이 떨어져 민간이 외면하지만 첨단기술의 모태로 장기 파급 효과가 크므로 공공부문이 주로 담당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인류가 발견한 가장 효율적인 제도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다. 때로는 이것들의 부작용 때문에 대체재를 찾기도 했지만 시행착오의 값비싼 대가를 치른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경쟁력이 있으면 살아남고 없으면 도태된다’는 시장원리는 오랜 세월 무풍지대에 있던 학교로서도 피할 수 없는 선택이요, 운명이다.

유영구 명지학원 이사장

※이 글은 본보 6월 23일자 A35면 ‘기업 기부금 명문대 쏠림 심하다’는 기고에 대한 반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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