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경환]아이들 눈 망치는 휴대용게임기

  • 입력 2005년 7월 1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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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청소년들이 모바일 게임이나 휴대용 게임기에 몰두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심지어 걸어가면서도 게임을 한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손 안의 작은 기기에 흠뻑 빠져 있다. 작은 화면을 쳐다보며 빠른 손놀림으로 게임을 즐기는 모습은 나 같은 기성세대의 눈에 놀라움 그 자체이나 안과의사로서 보면 걱정이 앞선다. 흔들리는 차 안이나 길을 걸으면서 무선 게임을 즐기는 것은 게임을 즐기는 자세와 실내외 조명이 적절하지 못해 눈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통계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44%가 눈에 질환이 있고 이 중 41%가 근시나 원시와 같은 굴절 이상이라고 한다. 인천시내 406개 초중고교 학생들을 상대로 한 눈 검사 결과 안경이 필요한 학생이 64.1%로 작년보다 6%포인트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청소년의 시력이 약화되는 원인이 선천적인 것일 수도 있겠으나 외부 환경 영향을 무시하기 어렵다. 특히 장시간의 TV 시청을 비롯해 컴퓨터게임 또는 무선게임 즐기기 등은 근시 발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오랜 시간 작은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어두운 조명이나 흔들리는 차 안에서 작업을 한다면, 눈은 자주 깜빡이지 못해서 빨리 건조해지고 쉽게 피로를 느끼며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러한 갖가지 증상을 무시하고 게임을 계속하면 눈 속에 있는 모양체가 과도하게 긴장돼 눈이 계속 피로해지고 먼 곳이 잘 안 보이고 두통이 발생하는 일시적 근시를 일으키게 된다. 일시적 근시도 계속 방치하면 결국 굴절성 근시로 악화돼 안경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태로 발전하는 것이다.

무선 게임기기 업체들이 기능과 편의성을 갖춘 첨단 신제품을 놀라운 속도로 내놓으며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사용자의 눈 건강에 대해선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건강을 고려한 바람직한 사용법에 대한 안내도 찾아볼 수 없다. 첨단을 향해 무분별하게 앞만 보며 달려가는 과학기술의 발달이 과연 이로운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몸이 1000냥이면 눈은 900냥’이라는 말도 있듯이 눈은 평생 소중히 가꿔야 할 재산이다. 눈의 즐거움과 재미를 찾다가 눈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올바른 습관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 휴대용 게임기를 사용하더라도 반듯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되도록 밝은 곳에서 하고, 보통 30분간 하면 한 번은 먼 곳을 몇 분간 보면서 눈을 쉬게 해 줘야 한다. 그 밖에 틈틈이 두 손바닥으로 두 눈을 가려서 캄캄하게 함으로써 눈을 푹 쉬게 해야 건강한 눈을 유지할 수 있다.

다음 주말에는 손 안의 모든 휴대기기들을 내려놓고 넓은 야외로 한번 나가 보자. 가까운 공원이나 교외로 나가 흙도 밟고 길가에 핀 풀꽃의 이름도 맞혀 보자. 자연과 멀어질수록 우리의 마음이 메말라 가고 또 눈물도 말라 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신경환 한국실명예방재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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