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얼음의 자서전’…최승호 시인이 뽑은 ‘詩 109편

  • 입력 2005년 7월 9일 04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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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의 자서전/최승호 지음/184쪽·8500원·세계사

시인 최승호(51) 씨가 첫 시집 ‘대설주의보’부터 최근 시집 ‘아무 것도 아니면서 모든 것인 나’까지 모두 11권의 시집에서 뽑아낸 109편의 시를 실은 시선집이다. 최 씨는 서문에서 이렇게 썼다. “산을 만날 때마다 구부러지는 물처럼 좀 구불구불한 인생을 나는 살아왔다. 그러나 내 자아는 결빙된 자아였고, 녹아야 할 자아였고, 사라져야 마땅한 자아가 아니었을까.”

이 글의 뜻은 타이틀 시인 ‘얼음의 자서전’을 보면 뚜렷해진다. ‘나는 얼음학교를 다니면서 얼음이 되어 버렸다. 세상은 냉동 공장이었다. 아버지, 선생, 독재자, 하느님에 이르기까지 얼음생산에 열심이었다. 결빙으로 딱딱해진 스무 살 이후에는 눈물샘마저 얼어붙었다.(중략)’

‘물의 자서전’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물 맑은 가을 수로(水路)/갈대 그림자 물 아래 서걱거리고/흐르는 물은 무엇보다도/자서전 따위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중략)’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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