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나를 도와주는 언론이 없다” 간담회 발언 논란

  • 입력 2005년 7월 9일 03시 19분


코멘트
연정(聯政)론, 서울대 비판, 언론 탓하기 등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연일 쏟아내고 있는 ‘파격 발언’에 대한 야당 등의 반응이 종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연정론 발언과 관련해 한나라당 지도부는 ‘냉소’만 할 뿐 별도의 대응을 하지 않았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8일 노 대통령에 대해 맞대응하는 대신 경남 마산 김해 지역의 수해현장을 돌아봤다.

본보 기자가 7일 박 대표를 따로 만나 집요하게 연정론 등에 대한 반응을 요구했지만 박 대표는 “네, 네, 그렇죠”, “국민이 다 알고 있으니까…”, “(당내) 다른 분들이 말씀하고 계시니까…”라며 언급 자체를 회피했다.

강재섭(姜在涉) 원내대표 측도 “매번 대응할 필요 있느냐”며 논평을 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이런 냉소적 침묵에는 연정론 등에 맞대응해봤자 오히려 이를 공론화해주는 역효과만 발생한다는 전략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지식인그룹에서도 한나라당의 냉소와 결은 다르지만 역시 냉소적인 분위기가 있음이 발견된다. 평소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 발언을 많이 하는 한 정치학 교수는 기자가 코멘트를 요구하자 “대통령의 파격 발언이 어디 한두 번이냐”면서 “말해 봤자 정부가 도대체 귀 기울이는 법이 없으니 내 입만 아프다”며 고개를 저었다.

노 대통령의 언론 및 서울대 비판 발언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격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구상찬(具相燦) 부대변인은 “나를 도와주는 언론이 없다”는 노 대통령의 7일 중앙언론사 편집 보도국장 청와대 초청간담회 발언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그는 “비판신문만 언론이고 나머지는 언론으로 생각지 않는다는 말인가”라고 물은 뒤 “이 말 속에는 노 대통령이 일부 유력 비판신문만 언론으로 취급한다는 역설적 의미가 담겨 있다”고 꼬집었다.

구 부대변인은 “거대 신문에 대해서만 존재 가치를 인정하는 것 자체가 대통령의 일류병 추종증세”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유종필(柳鍾珌) 대변인도 “언론이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언론의 사명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정부를 도와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몇몇 대학이 최고 학생을 뽑아가는 기득권을 누리기 위해 고교 공교육을 다 망칠 수 없다”고 서울대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이 나섰다. 전 대변인은 “대통령은 서울대에 대해 연정을 버려야 한다”며 “대통령의 발언은 서울대를 뺀 나머지 전국의 모든 대학에 대한 모욕이며 모멸”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지지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는 달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서울대) 논란은 교육 평등론자들과 정치인들이 주연하고 교육부가 들러리를 선 한 편의 코미디”라며 “이는 일부 절대적 교육 평등 집착론자들과 이 나라 교육정책 결정 인사들의 지나친 편향성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고 비판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