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감각에…한국적 감수성에…교포출신 CEO 성공시대

  • 입력 2005년 7월 9일 0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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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사장(한국P&G)
김상현 사장(한국P&G)
《국내 진출 다국적기업을 중심으로 해외교포 최고경영자(CEO)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교포 CEO들은 영어에 능통해 다국적기업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다. 외국인보다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의 마음을 잘 헤아린다는 점도 이들이 각광받는 이유다. 실제로 교포 CEO를 영입한 뒤 기업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진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런 경력을 바탕으로 한국 ‘토종 기업’의 CEO로 영입되기도 한다.》

○ ‘코리안 드림’ 일구는 교포 CEO들

한국P&G 김상현(金尙炫) 사장은 10세에 미국으로 이민 갔다. 미국 P&G 본사와 일본에서 마케팅 담당 임원 및 전략기획 부문장 등을 거쳤다. P&G는 한국이 아시아의 중요한 시장인데도 실적이 좋지 않자 2003년 7월 김 사장을 한국P&G의 총책임자로 발령 냈다.

한국피자헛 조인수(曺仁秀) 사장도 어릴 때 부모를 따라 브라질로 간 이민 1.5세대. 그는 미국 P&G를 거쳐 1997년 피자헛, KFC, 타코벨을 운영하는 미국 트라이콘 그룹에 영입됐다. 한국 피자헛 사장은 7년째.

미국 교포인 농심켈로그의 이창엽(李昌燁) 사장은 지난달 취임했다. 질레트, P&G 등 다국적 기업의 미국 본사, 말레이시아 지사에서 마케팅 경력을 쌓은 뒤 1999년부터 허쉬푸드 한국 지사장을, 2001년부터는 해태제과 최고마케팅경영자(CMO)를 지냈다.

에어컨 등 가전을 만드는 캐리어코리아의 존 리 사장도 미국 교포. 미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1993년 캐리어의 미국 본사인 UTC그룹에 입사해 항공, 전지사업 분야를 거친 뒤 2003년부터 캐리어코리아를 이끌고 있다.

1월부터 쌍방울을 이끌고 있는 이호림(李浩林) 사장도 미국 교포로 펩시, 월마트, 몰렉스,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글로벌 기업을 두루 거쳤다. 한국피자헛 사장과 월마트코리아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내며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쌍방울에 영입됐다.

생활용품 업체 옥시의 또 다른 존 리 사장도 미국 교포다. 이 밖에 보안업체인 한국맥아피 문경일 사장과 솔루션 업체인 쌔스(SAS)코리아 조성식 사장도 교포 출신.

○ 실적으로 말한다

교포 CEO들은 국제 감각과 한국적 감수성을 결합해 한국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국P&G 김 사장이 대표적.

이 회사의 고급샴푸 ‘팬틴’은 세계적으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LG생활건강의 ‘엘라스틴’에 번번이 깨지곤 했다. 하지만 김 사장 취임 뒤인 지난해 말 1위 자리를 되찾은 뒤 엘라스틴과 엎치락뒤치락 경쟁 중이다. 2, 3위를 전전하던 비듬전용 샴푸 헤드&숄더도 올해부터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피자헛은 피자헛이 진출한 세계 80여 개국에서 세 번째로 실적이 좋다. 경쟁사보다 앞서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개발한 덕분.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한국피자헛은 해마다 20%가량 성장하고 있다.

캐리어코리아 존 리 사장은 취임 뒤 외국계 가전회사로서는 처음으로 김치냉장고를 만들었다. 또 화장품 냉장고, 음이온 에어컨 등 한국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개발해 내놓으며 캐리어의 토착화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맥아피는 문 사장 취임 이후 연평균 50%씩 꾸준히 성장했으며 5월에는 지사에서 현지법인으로 승격하기도 했다.

쌔스코리아는 조 사장 취임 첫해인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20% 성장했으며 순이익도 1년 전의 적자에서 9억 원 흑자로 바뀌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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