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역사교과서 토론회]“후소샤 교과서, 日양식 훼손”

  • 입력 2005년 7월 7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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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을 아무리 ‘진출’이라고 호도해도 일본이 다른 나라를 괴롭힌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양심세력)

“일본이 전쟁을 일으킨 것은 당시 아시아를 식민지로 만든 유럽과 미국의 백인 제국주의에 대항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왜 일본을 탓하는가.”(극우단체)

일본의 역사교과서 문제를 놓고 양심적인 시민단체와 교과서 왜곡을 주도한 극우단체의 대표들이 처음으로 얼굴을 맞댔다. 하지만 양측은 평행선을 달렸다.

6일 일본 외국특파원협회 주최로 도쿄(東京) 외국특파원클럽에서 3시간 가까이 열린 토론회에서 각각 세 명씩 나선 양측 토론자들은 지정된 발언시간을 넘겨가며 치열한 논리 대결을 펼쳤다.

후소샤(扶桑社)판 역사왜곡 교과서를 집필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 측은 외신기자 상대의 토론회라는 점을 의식한 듯 난징(南京)대학살,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 등 일제 만행에 대해 무조건식 부인으로 일관했다.

일본 내 중국교수협회의 왕즈신(王智新·중국인) 씨는 “후소샤 교과서에는 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오히려 피해자인 것처럼 묘사돼 있다”며 “일본의 자라나는 세대에게 무엇을 남겨주려 하느냐”고 몰아붙였다. 다와라 요시후미(俵義文)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네트 21’ 사무국장은 “후소샤 교과서는 일본인을 전쟁하는 국민으로 만들려는 책”이라며 “역사왜곡 교과서를 검정에서 통과시킨 문부과학성의 조치는 일본의 과거사를 사죄한 무라야마(村山)담화와 1998년의 한일 미래공동선언 등에 비춰 명백한 국제공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집권 자민당이 후소샤 교과서 채택률을 높이기 위해 산하 조직과 유력 정치인을 총동원해 각 지역의 교육위원회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이는 일본의 양식을 노골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반면 니시베 스스무(西部邁) 새역모 전 이사는 “일본 군대가 일본군 위안부 시설을 만들거나 여성들을 강제 연행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난징대학살도 피해자 수를 얘기하기 전에 그런 일이 있었는지부터 따져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와라 사무국장은 “난징대학살에 관해서는 옛 일본군의 증언이 수도 없이 많으며 국제적으로도 공인된 역사적 사실”이라며 “그런 기록들은 책에도 자세히 나와 있으니 무작정 사실을 부정하지만 말고 책을 읽어 보라”고 반박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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