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조류독감 철새 떼죽음…전세계 급속확산 우려

  • 입력 2005년 7월 7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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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의 호수인 칭하이(靑海) 호에서 철새 1500여 마리가 조류독감으로 떼죽음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과학자들은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철새들 사이에서 전염돼 전 세계로 급속히 퍼져 나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적인 과학전문지인 영국의 ‘네이처’와 미국의 ‘사이언스’는 4월 말부터 한 달간 중국 칭하이 호에서 떼죽음을 당한 철새들을 조사한 결과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일종인 H5N1이 발견됐다고 6일자 온라인판에 동시에 발표했다.

‘네이처’는 홍콩대 미생물학과, ‘사이언스’는 중국과학원 미생물연구소 연구팀의 논문을 각각 게재했다.

두 연구팀은 호수에 죽어 있던 기러기류, 가마우지류, 갈매기류 등에 조직검사를 실시한 결과 최근 중국 남부와 홍콩에서 닭, 오리 등 가금류를 몰살시킨 H5N1을 검출했다.

특히 중국과학원 연구팀은 “H5N1을 닭과 생쥐 각각 8마리에 주입하자 닭은 20시간 내, 생쥐는 4일 내 모두 죽을 정도로 치명적이었다”고 밝혔다.

또 홍콩대 연구팀은 “지금까지 H5N1에 감염된 야생 조류는 가금류가 사는 지역 근처에서만 발견됐을 뿐”이라며 “이번 사례는 조류독감이 철새들끼리 전염된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려준다”고 밝혔다.

칭하이 호는 중국 서부에 위치한 대표적인 철새도래지로 매년 4월경 동남아시아,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여름 철새들이 번식을 위해 날아와 9월경 떠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두 연구팀은 모두 “조류독감이 철새를 통해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조류학회 박성근(朴聖根) 이사는 “이번에 보고된 철새들은 한국에 오는 종류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매년 4월 동남아에서 한국으로 여름 철새들이 이동해 오기 때문에 국내 철새도래지에 대한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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