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남창희]4강외교 재정립 필요하다

  • 입력 2005년 7월 7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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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에 정부의 외교안보팀은 주변 4강 외교에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여러모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 동북아 균형자론, 방위비 분담 삭감 등으로 미국과 미묘한 이견과 마찰을 보였지만 다행히 워싱턴 정상회담에서는 한미동맹의 건강을 과시하기도 했다.

일본과는 작년부터 불붙기 시작한 일본 내의 한류(韓流) 열풍으로 고조되던 한일 우호 분위기가 다카노 도시유키 주한 일본대사의 독도 발언, 왜곡 역사교과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로 급전직하하는 불행한 일도 있었다.

중국은 6자회담의 주선자 역을 자임함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의 중재자로서 우리가 기대한 것만큼 적극적으로 북한을 설득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우연치 않게 금년 하반기에는 미-일-중-러 주변 4강의 주한 대사가 모두 바뀔 예정이다. 그중 한국은 차관급 이상을 주중 대사로 보임하는 데 비해 중국이 내정한 신임 주한 대사는 부국장급이라는 점에 우리 외교통상부가 서운해 한다는 후문이다. 특히 미국이 주한 대사로 내정한 알렉산더 버슈보 주러 미국대사는 크리스토퍼 힐 전임대사와 마찬가지로 미국 외교가의 중량급 인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나라별로 그 무게가 들쭉날쭉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50년 전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세계 극빈국 중의 하나였던 한국이 이제 당당히 11대 무역대국으로 성장한 기본 요인은 무엇보다 우리 국민의 근면성과 높은 교육열이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해 무역입국의 국가전략을 선택했으며, 미국 등과의 동맹 위에 국가의 안전을 튼튼하게 보장해 왔다는 점이다.

하지만 북한 핵 문제의 해결 방식을 놓고 한미 간에 종종 사안별로 이견이 노출되었고, 일본과는 해묵은 과거사 문제가 일본 측의 무성의로 재발하면서 전통적인 우방과 거리가 벌어지는 듯한 상황이 일어났다. 정부의 진의와 관계없이 그 틈새를 중국과 북한이 파고들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식자층에 퍼지면서 대통령의 외교안보 참모진이 참여정부의 외교전략 기조를 해명하느라 곤욕을 치러야 했다.

올가을은 주변 4강의 주한 대사가 모두 교체되는 ‘외교적 환절기’로 자칫하면 감기 들기 쉬운 시기다. 하지만 북한 핵 문제를 맞고 있는 우리로서는 가벼운 감기조차 자칫 폐렴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우리의 외교안보 전략기조를 확고히 정립하고 재확인해야 할 때인 것이다.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동북아 경제협력의 주역을 지향하는 정부의 외교 방향은 누구나 공감하는 대원칙이다. 정부는 미국을 포함한 전통적인 맹방과의 전략적 공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동시에 미중 간 혹은 중일 간에 벌어질 수 있는 갈등의 소지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역내에서의 ‘평화와 번영의 촉진자’ 역할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금년에 6·15 정상회담 5주년 기념행사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을 통해 남북한의 분위기를 누그러뜨린 일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한반도에 공존과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앞으로 6자회담에서 북한의 핵 포기를 관철해야 하는 지난한 일이 남아 있다. 비록 이 일이 천우신조(天佑神助)를 기대해야 할 만큼 어려운 일이지만 정부는 이번에 새로 부임하는 4강 대사들과 긴밀히 협력하여 한반도가 핵 위기의 공포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남창희 인하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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