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어썰트 13…믿을수 없는 그러나 믿어야하는 敵

  • 입력 2005년 7월 7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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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에이엠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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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건 선택을 해야 할 순간에 놓인 사람들이 있다. 외부의 적을 막기 위해 내부의 적과 협력해야 한다. 외부의 적이 진짜 적인지도 확실치 않고 내부의 적이 과연 자신의 목숨을 지켜줄 우군이 될지도 불명확하다.

12월 31일 디트로이트 13구역의 경찰서가 새 건물로 이사하기 전날. 이 경찰서 유치장에 경찰을 죽인 마약조직 두목 비숍(로런스 피시번)이 3명의 다른 죄수와 함께 임시 수감된다. 폭설로 길이 막힌 이곳을 비숍 무리와 검은 거래를 해온 비리 경찰 듀발(가브리엘 번)과 동료들이 습격한다. 비숍과 다른 사람들을 죽여 증거를 없애려는 경찰에 맞서 로닉(에단 호크) 경사는 비숍은 물론이고 다른 죄수들과도 힘을 합쳐야 할 처지에 놓인다.

1976년 제작된 동명의 영화를 다시 만든 ‘어썰트 13’(사진)은 고립된 공간에서 믿을 수 없는 상대를 믿어야만 하는 사람들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에 포커스를 맞춘다. 조연을 맡은 ‘물랭루즈’의 존 레귀자모, 올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인 ‘폭력의 역사’의 마리아 벨라 등은 세밀한 심리 변화를 보여주기에 적절한 캐스팅이다.

그러나 이들이 서로를 의심해 갈등이 심화되는 과정은 설득력이 약하다. 점점 광기에 빠져드는 감정의 변화가 차곡차곡 쌓여서 표현되지 않고 인물들이 갑작스럽게 성질을 내는 것으로 표현될 뿐이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악당이어야 할 로런스 피시번은 옷차림과 표정으로 ‘매트릭스’의 모피어스 냄새를 노골적으로 풍겨 김을 뺀다. 7일 개봉. 15세 이상.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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