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토론마당]인간배아복제와 생명윤리

  • 입력 2005년 7월 7일 00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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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익한국생명윤리학회 회장
황상익
한국생명윤리학회 회장
《황우석 교수팀이 일궈낸 세계적인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 성과에 많은 국민이 뿌듯해 하고 있다. 하지만 기뻐하고 흥분하는 사이 이와 관련한 생명윤리 논의는 뒷전으로 밀린 측면이 없지 않다.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발목 잡아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도 있다. 그러나 연구에서 앞서 간 만큼 이 기술을 적절히 통제할 사상을 정립하고 제도적 기준을 세우는 작업에서도 선두에 설 필요가 있다. 그것이 앞으로 다가올 미지의 세계에 대한 대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복제배아도 엄연한 생명 치료위한 생명파괴 모순▼

광복 당시 42, 43세에 불과하던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이 이제 80세에 육박한다. 무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렇게 된 데는 영양개선 등 ‘삶의 질’이 나아진 이유가 있겠지만 의학의 발달로 여러 난치병이 점차 극복된 점이 한몫했다. 앞으로 의학이 더 발달하면 지금은 고치기 어려운 병들도 점점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다.

요즘 각광받는 ‘줄기세포’는 난치병 치료의 유일한 수단이 아니다. 많은 방법 중 한 가지일 뿐이다. 줄기세포가 실제 치료에 쓰이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고도 험하다. 과거의 여러 경우들처럼 좌초할지도 모른다. 임상 적용의 문턱을 넘기 시작해 가장 앞서 있는 성체줄기세포도 갈 길이 멀지만 복제배아줄기세포는 추출에 성공했을 따름이다.

줄기세포는 체세포핵이식을 통한 복제배아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인공수정을 하고 남은 잔여배아, 그리고 성체세포에서도 얻고 있다. 각각은 장단점이 있다. 복제배아에서 얻는 줄기세포는 수많은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만능성)이 장점이다. 반면에 바로 그 점 때문에 목적하는 특정 세포로 분화시키기 어렵고, 나아가 암세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등이 단점이기도 하다. 성체줄기세포는 상대적으로 분화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라고 하지만 그만큼 안정성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그리고 얼마 전 배아줄기세포만큼 분화능력이 뛰어난 성체줄기세포가 발견되기도 했다.

문제는 성체줄기세포와는 달리 복제배아줄기세포를 얻기 위해서는 매번 배아를 복제하고 그것을 파괴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그때마다 여성의 난자가 필요하다. 지금 같은 초기 연구에서만이 아니라 앞으로 실용화가 된다 하더라도 그 점은 똑같다. 복제된 인간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얻으려면 그 배아를 파괴해야만(죽여야만) 한다. 관련 연구자들은 배아는 생명체가 아니므로 생명을 죽이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꺼림칙했는지 복제배아는 난자와 정자의 결합으로 생긴 배아(수정란)와는 다르다는 새로운 주장을 한다. 복제양 돌리가 탄생하기 이전에 우리는 사람을 비롯한 고등동물에서는 난자와 정자가 결합해야만 자식이 생긴다고 알았다(양성생식). 하지만 돌리와 복제소 영롱이 등은 복제에 의한 단성생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즉, 복제배아와 수정에 의한 배아는 배아 생성과정만 다르지 그 이후는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수정배아가 생명이라면 복제배아도 당연히 생명이다. 관련 연구자들은 수정배아도 생명이 아니라고 한다. 생명은 원시선이 생길 때, 장기형성이 시작될 때, 엄마 몸 밖에 나와도 생존이 가능할 때 시작된다는 둥 ‘과학’의 이름으로 여러 주장을 하지만 편의적인 발상일 따름이다. 수정부터 출생,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모습과 특징은 계속 변화하지만 생명이라는 본질은 다를 바 없다. “인간배아가 생명체일지라도 난치병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파괴할 수 있다”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주장이 정당하려면 복제배아줄기세포가 난치병 치료에 유일하게, 또는 압도적으로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먼저 입증해야 할 것이다.

황상익 한국생명윤리학회 회장

▼난치병 치료도 생명 존중 종교계, 과학발전 지원을▼

김경재
한신대 신학연구소장

황우석 교수의 체세포 핵이식과 기증 난자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생명윤리 논쟁이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다. 생명윤리 논의에 관한 여러 보도를 접하면서 줄기세포 연구에 관한 찬반 토론이 마치 ‘과학과 종교의 대립’처럼 비치고 소개되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종교계, 특히 그리스도교계가 이 문제에 대해 대체로 반대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그러한 오해를 가중시켜 왔다고 본다. 일부 기독교 성직자와 신학윤리학자는 ‘황 교수를 비롯한 생명공학 과학자들의 경우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고, 생명가치를 가볍게 생각하나 종교계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생명가치를 마지막으로 파수하는 양심집단’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시각에 대해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문제의 초점을 분명하게 하고 넘어가자. 황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가치관의 논쟁은 종교와 과학의 싸움이 아니다. 인간생명가치 옹호자와 파괴자 간의 논쟁도 아니다. 나는 과학자들이 성직자나 종교인에 비해 생명가치와 인간존엄성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거나 진지하지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연구를 계속하는 궁극적 목적이 인간생명을 구하고 치료하려는 휴머니즘 열정 때문이 아닌가 싶다.

황 교수 연구에 대한 종교계의 비판 요점은 세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생명의 시작은 수정 직후부터이며 줄기세포도 배아의 범주에 들기 때문에 침범할 수 없는 생명체라는 것이다. 둘째, 생명공학기술을 가지고 인간의 생물학적 발생 과정에 개입해 조작하고 이용하는 것 자체가 생명 경외심을 파괴하는 반종교적 태도이며, 심지어 무신론적 과학주의라는 것이다. 셋째, 줄기세포를 얻기 위한 여성의 난자 채취 행위가 비윤리적이며 비자연적 행위라는 것이다.

한때 기독교는 과거 지동설과 진화론이 발표되자 종교계가 과학의 발전을 저해하려 했던 때와는 전혀 경우가 다르다고 항변할는지 모르나 필자에게는 종교계가 동일한 과오를 거듭해 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배아복제 문제에 대한 종교계의 비판에 대해 과학사학자 마이클 셔머는 저서 ‘과학의 변경지대’에서 “그리스도교는 한때 피임을 반대했다. 1940년대 인공수정이 도입됐을 때 일부 비판자들은 이를 간음이라고 불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안규리 서울대 교수는 “체세포와 난자를 이용해 수정란을 만든 것은 정자와 난자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것과는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연구 성과에서 나온 배아줄기세포는 생명으로 보기보다는 세포치료제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나의 최근 심정은 이렇다. 종교계가 온힘을 다해 힘쓰고 싸워야 할 일은 난치병 환자 치료를 위해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논쟁이 아니다. 그에 앞서 한 해에 한국에서만도 100만 명 이상이 낙태수술로 죽어가는 정말 말 못하는 어린 생명체들과, 전쟁과 빈곤으로 죽어 가는 수백만 명의 어린 아이들을 살려내기 위한 사랑의 싸움이어야 하지 않을까.

김경재 한신대신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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