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속의 오늘]1885년 파스퇴르 광견병 치료

  • 입력 2005년 7월 6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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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5년 7월 6일, 프랑스 파리에 있는 세균학자 루이 파스퇴르(1822∼1895)의 연구실로 긴급 소식이 들어왔다. 며칠 전 미친개에게 물린 조제프 메스테르라는 아홉 살짜리 소년이 광견병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이었다.

순간 파스퇴르의 얼굴엔 회심의 미소가 스쳤다. 그가 만들어 낸 광견병 백신을 드디어 사람에게 주사해 볼 기회가 찾아왔다는 생각에서였다.

파스퇴르는 백신을 개발하던 1년 전을 떠올렸다. 광견병 바이러스로 토끼를 감염시킨 뒤 그 토끼의 척수를 채취해 만들었던 광견병 백신. 동물 실험엔 성공했지만 사람에게 주사할 기회를 찾지 못하던 상황이었으니, 광견병에 걸린 소년의 소식은 파스퇴르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파스퇴르는 즉각 소년에게 백신을 주사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소년은 귀중한 생명을 건졌다. 인간에게 가장 치명적인 질병 하나를 물리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세균학자 파스퇴르의 명성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의 연구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당시 프랑스의 의학계와 언론계도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파스퇴르의 삶은 시종 세균과의 전쟁이었다. 그 결과 각종 질병이나 부패 현상이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세균이나 박테리아에 의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하지만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발견이었다.

그는 효모나 발효에 관한 연구에서도 독보적이었다. 알코올의 발효가 효모균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사람도 파스퇴르였다.

19세기 중반, 프랑스의 양조업계는 너무 빨리 시어 버리는 포도주 때문에 손해가 막심했다. 양조업계의 의뢰를 받은 파스퇴르는 효모 속의 박테리아가 주범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1863년 섭씨 55∼60도로 가열하면 포도주는 변질시키지 않고 박테리아의 독성만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이것이 바로 요즘 많이 사용하는 저온살균법이다. 파스퇴르는 이 방법을 통해 프랑스 포도주업계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파스퇴르의 업적은 이처럼 다양한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광견병의 공포에서 벗어난 사람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 모두 잔을 기울이며 파스퇴르를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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