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경회장 일가, LG상사 지분 매입…무역-패션 분리 주목

  • 입력 2005년 7월 6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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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일가가 최근 희성그룹 계열사들이 갖고 있던 LG상사 지분 213만 주(3.13%)를 주식시장에서 사들여 관심을 끌고 있다. 희성그룹은 구 명예회장의 차남인 구본능 회장이 이끄는 그룹으로 LG그룹에서는 분리돼 있다.

증권가에선 “장기적으로 무역과 패션부문을 양대 축으로 하는 LG상사의 사업구조를 나누기 위한 작업의 일환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LG상사는 “무역과 패션사업 분리는 검토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 구자경 명예회장 일가의 주식매입

구 명예회장 일가는 지난달 20일 희성정밀 희성금속 희성전자 희성화학 등 희성그룹이 갖고 있던 LG상사 지분 213만 주(3.13%)를 증시에서 사들였다.

주식 매입자는 구 명예회장을 비롯해 구본무 LG그룹 회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준 LG필립스LCD 부회장, 구본식 희성전자 사장 등 구 명예회장의 아들 및 며느리.

LG상사는 구 명예회장의 첫째 동생인 고(故) 구자승 전 LG상사 사장의 집안 몫으로 배정돼 있는 회사. 구자승 씨의 장남 구본걸 씨가 부사장으로 있고, 2남 구본순 씨와 3남 구본진 씨도 이 회사 상무로 근무하고 있다. 이 세 아들의 LG상사 지분은 15.5%.

이번 주식매매로 구 명예회장 일가의 LG상사 지분은 3.72%가 됐다. 구본걸 씨 3형제 지분에는 아직 크게 못 미치지만 추가매입 가능성도 있다고 증권가에서는 보고 있다.

LG상사는 2003년 LG그룹이 지주회사를 만드는 과정에서 지주회사인 ㈜LG의 자회사로 편입되지 않고 계열회사로 남아있는 상태.

㈜LG 관계자는 “LG상사는 다른 계열사의 무역업 대행업무가 많아 굳이 지주회사에 편입시키지 않아도 된다”면서 “이런 사업구도 때문에 기업 인수합병(M&A) 가능성도 별로 없어 굳이 지주회사 산하에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 무역-패션부문 분리 가능성?

증권가에선 LG상사가 무역과 패션 두 부문을 장기적으로 나누는 쪽으로 사업구도를 재편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올 1분기(1∼3월)에 무역부문에서 269억 원, 패션부문에서 133억 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냈다.

재계의 한 관계자도 “전문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볼 때 두 부문을 별도로 독립시키면서 무역부문은 ㈜LG에 편입시키고 패션부문을 별도로 떼내는 구도가 아니겠느냐”고 내다봤다.

그러나 ㈜LG는 “이번 지분변동은 희성그룹이 투자수익을 실현하면서 주식을 팔고 구 명예회장 일가가 LG상사의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사들인 것”이라고 밝혔다.

LG상사의 한 관계자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무역과 패션부문의 분리 가능성은 없으며 배당투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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