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聯政’발언]大選 겨냥한 정계개편 신호탄?

  • 입력 2005년 7월 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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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聯政)과 내각책임제 개헌.’

여권의 정국 돌파 카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당-정-청(黨-政-靑) 수뇌부 모임인 ‘11인 회의’에서 연정 구성을 언급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데 이어 4일 조기숙(趙己淑)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사견임을 전제로 내각책임제 개헌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물론 청와대는 “당장 추진할 계획도 없고, 아이디어 차원의 얘기”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나 여권의 정국 주도력이 극도로 약화되고 4·30 재·보선으로 열린우리당의 국회 단독 과반 의석이 무너진 상황에서 여권이 결국은 정계 개편 쪽에서 답을 찾고 있다는 여권 핵심부의 속내가 일부 드러난 것이어서 그 폭발력은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내각책임제 개헌론 띄우기인가=조 수석은 연정 논의에 대해 설명하다가 사견임을 전제로 내각책임제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구조적으로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고 있으면서도 내각제에나 있는 국회의 각료 해임건의권이 존재해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수행이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정당의 책임정치와 분권 실현이라는 점에서 내각책임제가 우리 정치문화에 더 타당하다는 이유도 들었다.

이날 기자간담회 분위기에 비춰 조 수석이 의도적으로 개헌 발언을 꺼내려 한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이날 발언은 여권 핵심부의 최근 기류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이어서 단순하게 넘기기는 어렵다. 전날 김병준(金秉準) 대통령정책실장도 “우리 정치체제의 딜레마는 대통령에 권한은 주지 않으면서 책임은 지라는 것”이라며 권력구조 개편의 공론화를 먼저 치고 나왔다.

지금까지 정치권과 학계에선 2007년 말 차기 대선이 치러지기 전에 여야 합의를 통한 개헌 가능성이 높고 그 방향은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정부통령제를 도입하는 쪽이라는 데에 암묵적인 공감대가 이뤄져 왔다.

그러나 최근 여권 내에서는 내각책임제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핵심 인사들 사이에선 이미 내각책임제 추진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는 얘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여권의 한 인사는 “최근 당을 중심으로 해 노 대통령이 더 힘이 빠지거나 여야에 확고한 차기 대선주자가 자리 잡기 전에 개헌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고 전했다.

▽‘연정 구상’은 실현 가능한가=청와대가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밝힌 연정 구상은 대연정이든, 소연정이든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 말기의 거국내각처럼 대통령이 당적을 이탈하면서 초당적 내각을 구성하는 그림도 있을 수 있다.

특히 청와대는 야당과 연정을 구성할 경우 연정을 대표하는 인사가 책임총리를 맡아 당을 이끄는 ‘연정+책임총리제’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듯하다. 열린우리당 일각에서는 최근 여야가 합의로 통과시킨 복수차관제를 활용해 민주당 또는 민주노동당 인사를 정부에 참여시키는 느슨한 형태의 소연정 추진론도 흘러나온다.

그러나 연정은 파트너가 될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모두가 펄쩍 뛰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공식적으로 연정을 제안한 것도 아니었지만 올해 1월 민주당 김효석(金孝錫) 의원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에 입각시키려는 시도는 후유증만 남긴 채 실패했다.

오히려 연정 논의는 현재의 권력구조에 모순이 많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개헌론에 불을 지피는 ‘불쏘시개’로 활용될 가능성이 더 높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대연정(大聯政)과 소연정(小聯政):

연정은 의원내각제하에서 단일 정당이 정권을 맡는 ‘단독정권’이 아닌 복수의 정당이 협력해 정권을 담당하는 ‘연합정권’을 의미한다. 복수 정당이 내각을 조직하는 ‘연립정권’과 비슷하지만 좀 더 포괄적이다. 연립정권과 달리 ‘내각 참여’가 정당 간 협력의 필수요건은 아니다. 정당 간 조합에 따라 주요 정당 간의 연합은 ‘대연정’, 주요 정당과 소 정당 간 연합은 ‘소연정’이라 한다. 현재 여권에서 논의되는 연정에서 그 주체는 열린우리당이며 소연정은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당과의 협력, 대연정은 제1야당인 한나라당과의 협력을 말한다. 연정에 대해서는 ‘책임정치의 실종’이라는 비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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