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법보전 비로자나佛 883년 제작 국내最古목불”

  • 입력 2005년 7월 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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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현존하는 목조 불상 가운에 가장 오래된 것으로 밝혀진 경남 합천군 해인사 법보전의 비로자나불(왼쪽). 불상 안쪽 벽에 ‘중화(中和·점선) 3년’, 즉 883년에 제작됐다는 내용이 적힌 나무판이 붙어 있다. 합천=연합
국내에 현존하는 목조 불상 가운에 가장 오래된 것으로 밝혀진 경남 합천군 해인사 법보전의 비로자나불(왼쪽). 불상 안쪽 벽에 ‘중화(中和·점선) 3년’, 즉 883년에 제작됐다는 내용이 적힌 나무판이 붙어 있다. 합천=연합
경남 합천군 해인사(주지 현응·玄應 스님) 경내 팔만대장경 전각의 법보전에 있는 비로자나 불상(佛像)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불(木佛)로 밝혀졌다. 또 이는 국내 신라시대 유일의 목조 불상으로 확인됐다.

해인사는 지난달 이 불상의 금칠을 새로 하는 개금불사(改金佛事) 도중 복장유물(腹藏遺物·불상 내부의 유물)을 개봉하는 과정에서 불상 내벽에서 ‘중화(中和) 3년에 이 불상이 제작되었다’는 내용의 연기문이 발견되었다고 4일 발표했다. 중화는 당나라 희종의 연호로 중화 3년은 883년 통일신라시대 헌강왕 9년에 해당한다.

높이 127cm, 무릎 폭 96.5cm인 이 불상은 법신불(法身佛)인 비로자나불 좌상(경남도 지정 유형문화재 41호)으로 옷 주름이나 얼굴 표정이 자연스러운 게 특징이다. 불상 바닥의 구멍으로 들여다본 내부는 비어 있으며, 활달한 필체의 먹으로 쓴 글씨가 세로 2행으로 적혀 있는 좁고 긴 나무판이 부착돼 있다. 불상 속을 깎아낸 흔적도 생생히 남아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목불은 13세기 고려시대에 조성된 충남 서산시 개심사 아미타삼존불상이었다.

해인사 법보전 불상을 살펴본 강우방(姜友邦) 이화여대 초빙교수는 “그동안 신라시대 목불을 애타게 고대해왔다”며 “나무로 된 불상이어서 그런지 유려한 옷 주름과 생생한 표정 등 사실적이고 자연주의적인 표현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이 불상은 얼굴이 몸에 비해 큰 것이 특징이다. 이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경북 경주 남산 석불 등 8세기 후반∼9세기 초반의 불상들과 유사하다.

현응 스님은 “그동안 이 불상은 기록이 없어 조선 초기에 조성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며 “개금불사 도중 종이류 등 복장유물들을 꺼내고 나니 조성 연대를 알려주는 묵서(墨書)가 적힌 나무판이 내부 벽에 붙어 있어 개금 직전 검정 옻칠 상태에서 조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 설명회에 참석한 진홍섭(秦弘燮) 문화재위원에 따르면 이 불상 내부의 명문은 세로 2행으로 ‘서원대각간주등신사미우좌비주등신□(誓願大角干主燈身賜彌右座妃主等身□)/중화삼년계묘차상하절칠금착성(中和三年癸卯此像夏節柒金着成)’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바라옵건대 대각간(통일신라시대의 높은 벼슬)님의 등신불을 만들고 오른쪽 부인님의 등신불도 만들어…/중화 3년 계묘년(883년) 여름에 이 불상을 만들어 금칠하고 완성하다’로 해석했다.

명문 속의 대각간은 향가집 삼대목을 엮은 위홍(魏弘)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해인사는 개금불사 후 9월 1일부터 100일간 비로자나 목불 친견법회를 가진 뒤 10월 11일 학술대회를 개최해 이 목불의 역사적 의미를 규명할 예정이다.

합천=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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