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7·1 경제개혁 3년 현장을 가다]<上>달라진 직업 풍속도

  • 입력 2005년 7월 4일 03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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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 함경북도 청진에서 생활한 탈북자 김모(43) 씨는 유명한 ‘인조고기’ 제조업자였다.

그는 2003년부터 인근 군부대 안에 생산설비를 차려놓고 근로자 6명을 고용해 하루 2교대로 인조고기를 만들었다.

인조고기는 콩 등 식물을 이용해 고기 맛이 나는 음식물을 만드는 것으로 단백질이 부족한 북한 주민들에게는 고급 음식으로 통한다.

김 씨는 “아직 개인이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하고 전기도 마음대로 쓸 수 없기 때문에 군부대와 계약을 하고 생산을 했다”며 “벌이가 좋을 때는 한 달에 20만 원(당시 환율로 약 200달러)의 수입을 올려 이 가운데 10% 정도를 군부대에 바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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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에 따르면 최근 청진 신의주 등 지방도시 주민의 상당수가 개인 장사를 하면서 살아간다. 국가도 현실을 인정해 ‘상인’을 공식 직업으로 인정했을 정도다.

북한 당국은 2002년 ‘7·1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시작하면서 개인과 기업 등 ‘아랫단위의 창발성’을 강조하며 독자적 경제활동을 사실상 독려했다.

이후 2003년 종합시장이 도입돼 시장이 사회주의 상품유통공간으로 인정되면서 재주가 있는 개인들이 시장에서 합법 또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고 있다.

과거에는 국가의 단속을 피해 숨어 살던 돈 많은 개인들이 경제의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돈주’라고 불리는 ‘큰손’들은 대체로 ‘상인형’과 ‘고리대금형’, ‘권력결탁형’으로 나뉜다. 신의주에 살고 있는 K 씨는 대표적인 상인형.

K 씨는 18년 전 중동지역에 의사로 파견돼 2만 달러를 벌었다. 그는 이 돈을 밑천으로 중국에서 물건을 사 온 뒤 중간 상인에게 비싸게 넘겨 큰돈을 벌고 있다.

고리대금형인 신의주의 B 씨는 100만 달러를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는 신용이 확실한 사람에게 월 5%의 높은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준다. 군소속 외화벌이 사업소도 급할 때는 그의 돈을 빌린다.

함북 청진의 L 씨는 김 씨와 마찬가지로 인근 군부대에 5만 달러를 투자하고 군부대 소속 외화벌이 사업소 소장 직함을 얻은 뒤 개인 장사를 하는 권력결탁형이다.

비디오 촬영가와 노래방 주인도 유망 직업이 됐다. 상인들을 재워 주는 ‘대기 숙박업’과 공장 기업소의 화물차를 빌려 운송업을 하는 개인 ‘서비차’ 영업도 흔하다.

아직 군수나 에너지 등 중요 경제 분야는 국가의 계획경제가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재 생산과 유통, 서비스업 등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경제 분야에서는 개인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訪北 ‘굿네이버스’ 홍보대사 최수종 씨▼

지난달 30일 오후 평양 시내에 있는 학생소년궁전 앞 계단. 일본에서 ‘조국’을 방문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여고생들이 갑자기 환호성을 지르며 “해신, 해신”을 외쳐댔다.

방금 학생소년궁전을 방문하고 돌아가던 TV드라마 ‘해신(海神)’의 주인공인 탤런트 최수종(43·사진) 씨를 발견한 것. 여교사 2명은 쏜살같이 달려와 최 씨와 팔짱을 끼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일본의 한류(韓流) 열풍이 평양 한복판에서도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최 씨는 굿네이버스인터내셔날의 홍보대사 자격으로 이번 방북단에 합류했다. 같은 날 이 단체가 지원해 만든 정성제약연구소의 항생제 공장 준공식에 참가하는 등 방북단 일행과 함께 북한의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북측 민족화해협의회 관계자들도 최 씨를 귀한 손님으로 대접했다. 학생소년궁전 측은 최근 일본이 주최한 국제 어린이 미술대회에서 1등을 한 아홉 살 난 ‘그림 신동’의 산수화를 최 씨에게 선물했다. 또 평소 남측 인사들에게 개방하지 않던 묘향산 만폭동 등산 코스를 최 씨를 비롯한 방북단 일행에게는 특별히 공개했다. 운동을 좋아하는 그는 맨 꼭대기의 비선폭포까지 가장 먼저 올라갔다.

최 씨는 “북한 여행을 통해 인류애와 동포애를 다시 한번 느꼈고 할 일이 많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평양=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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