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845년 헨리 소로 숲으로 들어가다

  • 입력 2005년 7월 4일 03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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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숲으로 들어간 이유는 신중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하기 위해서, 그리고 죽음의 순간에 이르렀을 때 제대로 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의 사상가 헨리 소로(1817∼1862).

그는 스물여덟 살이던 1845년 7월 4일 문명의 도시를 떠나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 부근의 월든 호숫가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이웃과도 1마일(약 1.6km) 이상 떨어진 곳이었다.

미국이 미친 듯 산업화의 길로 내닫고 있던 시절. 하버드대를 나온 전도양양한 청년은 시대의 흐름을 정면으로 거슬렀다.

소로는 자본주의의 거대한 톱니바퀴에서 스스로 튕겨 나왔다. 혼자 힘으로 한 칸짜리 오두막집을 지은 후 로빈슨 크루소처럼 자신을 유폐했다. 호수에서 낚시로 물고기를 잡고 스스로 밀을 반죽해서 만든 빵으로 배를 채웠다. 자급자족의 삶이었다.

꼭 필요한 만큼만 노동을 했다. 남은 시간은 관찰과 사색으로 채웠다. ‘직업적 산책가’로 자처할 정도였다. 밤중에 들리는 짐승 울음소리와 겨울 호수의 얼음 깨지는 소리에 ‘온몸이 하나의 감각이 되는 듯한 무한한 행복’을 느꼈다.

서른 살이 되던 1847년 가을 숲을 나왔다. 2년 2개월 만이었다.

“나는 숲에 처음 들어갈 때만큼 확실한 이유가 있어서 숲을 떠났다. 그때 내게는 아직 살아야 할 몇 개의 삶이 더 있는 것처럼 보였기에, 하나의 삶에 그 이상 많은 시간을 내줄 수 없었던 것이다.”

월든 호숫가의 생활은 역작(力作) ‘월든’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에 허무한 언어의 성찬은 없다. 자연에 대한 관찰과 체험이 질박하게 녹아 있을 뿐이다. 6번 교정을 거쳤다는 문장은 그의 삶처럼 엄정하다.

결핵으로 45년의 짧은 생을 마감한 소로는 생전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동시대를 살았던 사상가 랠프 에머슨의 아류로 치부되기도 했다. 하지만 삶의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에머슨을 능가할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월든’의 두 번째 장(章)에는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았는가’라는 무거운 제목이 붙어있다. 아찔한 속도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막막한 울림을 준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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