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받았을 가능성… 국세청 압박 큰효과 못볼수도

  • 입력 2005년 7월 2일 03시 18분


코멘트
국세청이 3주택 이상 다주택 보유자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일시적으로 집이 안 팔리거나 부모에게서 상속받은 주택을 처분하지 못해 2주택자가 되는 일도 있지만 3채 이상 갖고 있다면 투기 목적이 크다는 게 국세청의 주장이다.

국세청은 3주택 이상 보유자들을 압박해 이들이 주택을 매물로 내놓으면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국세청이 실시한 각종 부동산 관련 세무조사만 50회 정도. 3주택 이상 보유자는 이미 전에도 조사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국세청의 조사가 결실을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집값 상승의 책임을 다주택 보유자에게만 돌리는 것은 정책 실패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 다주택자일수록 집 열심히 샀다

2000년 이후 올해 6월까지 서울 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 등 강남지역에서 값이 많이 오른 9개 아파트단지의 거래를 분석한 결과 3주택 이상 보유자가 전체 주택 취득 건수의 절반 이상(58.8%)을 차지했다.

집값이 급등한 2001∼2003년에는 다주택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59.6∼61.8%로 더 높다. 일부 아파트는 3주택자의 취득 비중이 74%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

강남지역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34평형은 2000년부터 올해 6월까지 2351채가 거래됐다. 이 가운데 60.2%인 1425건을 3주택자 이상 보유자가 사들였다.

이 기간에 은마아파트 34평형은 2억5500만 원이었던 매도호가가 8억500만 원으로 5억5000만 원 올랐다.

부동산정보회사 ‘내집마련정보사’의 김영진(金榮進) 사장은 “단기차익을 노리는 수요가 많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 국세청, 전방위 압박 나선다

이주성(李周成) 국세청장은 1일 지방국세청 조사국장과 주무과장들을 소집해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한 특별대책’을 지시하는 자리에서 “법이 최대한 허용하는 선에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우선 국세청 직원 1만7000명 가운데 3분의 2를 부동산투기 단속에 투입하기로 했다.

조사대상도 당초 ‘최근 1, 2년 새 보유 주택이 늘어난 사람’에서 ‘2000년 이후 주택 수가 늘어난 사람’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3주택 이상 보유자는 18만750가구(임대주택 사업자 제외)이며 이들이 보유한 주택은 75만2000채다. 명의를 위장한 경우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들이 보유 주택 중 일부만 매물로 내놓아도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에 건설할 아파트(2만6804가구)보다 많은 물량이 시장에 나온다는 분석이다.

○ 문제는 없나

하지만 이런 조치에도 당장 매물이 크게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 부동산전문가는 “다주택자 입장에선 크게 오른 양도세 부담 때문에 팔고 싶어도 집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단 2008년까지 단계적으로 보유세가 오르기 때문에 서서히 매물이 나올 가능성은 있다.

3주택 이상 보유자를 모두 범법자처럼 취급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세금만 정상적으로 냈다면 주택을 여러 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문제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