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체니, 그의 사전엔 ‘포용’이란 없다?

  • 입력 2005년 7월 2일 03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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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개된 미국 사설 정보지 ‘넬슨 리포트’의 특별보고서는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이 한반도 정책의 실질적 권한을 확실히 장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가 어떤 인물인지, 그 실질적 권한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됐다. 특히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이 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체니 부통령을 면담하자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장시간 회동했던 정 장관이 체니 부통령의 대북 강경 기조를 얼마나 순화했을까’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체니 부통령의 ‘힘(power)’=2003년 8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제1차 6자회담에서 미국 대표단은 회담 내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북한 핵 폐기)’란 용어를 연일 강조했다. 북한이 이 표현에 강하게 반발했고 의장국인 중국이 미국에 자제를 당부했지만 미국은 CVID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 당시 외신들은 “CVID는 미국의 대(對)북핵 원칙이기도 하지만 체니 부통령의 지침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해 12월 워싱턴포스트는 “연내에 제2차 6자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있었으나 체니 부통령이 ‘CVID가 6자회담 공동성명 초안에 들어가야 한다’고 고집해 물 건너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의 북-미 양자 회담에 대한 거부감도 체니 부통령의 영향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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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의 한 당국자는 “체니 부통령이 한반도 정책에 일일이 관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부통령실에서 결정된 사항이 뒤집히는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힘이 그냥 생긴 것은 아니다.

영국 BBC방송 인터넷판은 체니 부통령을 ‘워싱턴에 대해 모르는 게 없는 사나이’로 묘사하고 있다. 최연소(34세) 대통령비서실장, 6선 하원 의원, 국방장관 등의 화려한 경력을 가진 그의 국정 장악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 BBC는 “그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외교 가정교사이면서 부시 행정부의 ‘없어서는 안 될(indispensable) 인물’이 됐다”고 덧붙였다.

▽설득하기 어려운 ‘골수 보수’=그의 보수적 사고는 체화(體化)돼 있다는 것이 넬슨 리포트뿐만 아니라 주요 외신들의 일반적 분석이다.

레즈비언 딸을 두고서 ‘동성 결혼’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 것이 그의 유일한 진보성이란 말이 있을 정도.

6선 의원 출신인 그의 지역구 와이오밍은 민주당이 선거운동을 아예 포기할 정도로 보수적인 곳.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솔직히 체니 부통령의 대북 강경 기조를 설득하려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미국 우선 대외정책’이 한국 같은 동맹국들 내부에서도 비판받고 있는 현실은 그의 정책적 부담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체니 약력

-1941년 네브래스카 주 링턴 시 출생(64세)

-와이오밍대 졸업

-1971년(30세) 백악관 보좌관(닉슨 행정부)

-1975년(34세) 대통령비서실장(포드 행정부)

-1977년(36세) 와이오밍에서 하원 의원 당선(6선)

-1981∼1987년 공화당 정책위원회 위원장

-1989∼1993년 국방장관(조지 부시 행정부)

-1995∼2000년 에너지건설업체 핼리버튼 최

고경영자

-2001년∼현재 부통령(조지 W 부시 행정부)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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