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엔 녹차, 안흥엔 찐빵…‘지역 브랜드’가 미래다

  • 입력 2005년 7월 2일 03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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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매출 1조 원이 넘는 세계적 농산물 기업 선키스트.

이 회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작은 향토산업에서 출발했다. 1970년대 캘리포니아 농민들은 오렌지 산업이 고사 직전에 이르자 ‘선키스트’라는 공동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후 생산 유통 마케팅을 공동으로 펼치면서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한국에도 ‘선키스트’를 꿈꾸는 향토산업들이 있다.

행정자치부 통계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국내 향토산업은 약 900여 개. 기초자치단체가 134개임을 감안하면 평균 7개씩의 향토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성공한 향토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과연 무엇이 향토산업의 성공과 실패를 갈랐을까.

○ 각개약진으로는 안 된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의 녹차 시장은 전국 각지에서 생산된 녹차가 경쟁하는 ‘밀림’과도 같았다.

그러나 1998년 농민, 영농조합, 기업이 뭉쳐 보성녹차연합회를 결성하면서 상황은 변했다. 각개약진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절감한 농민들이 힘을 모으기 시작한 것.

이들은 ‘보성녹차’라는 공동브랜드를 쓰면서 ‘보성녹차=명품’임을 강조했다. 상품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품질도 공동 관리하기 시작했다.

전남 보성군은 외부 경영전문가들을 초빙해 녹차를 산업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하며 적극적인 후견인 역할을 맡겼다.

그 결과 2001년까지만 해도 주산업인 미곡 매출이 1000억 원에 불과했던 보성군은 지난해 녹차관련 산업 매출만 5100억 원에 이르는 폭발적 성공을 거뒀다.

‘안흥찐빵’이 강원도의 명물로 자리 잡는 데도 중소 업자들의 협동이 큰 몫을 했다. 1990년대 안흥찐방이 알려지면서 주문이 급증하기 시작하자 각자 사업을 하던 영세 제빵업자 9명이 2002년 2월 ‘안흥찐빵합자회사’를 세운 것.

이 회사 공동대표 윤도중(尹都重) 사장은 “합자회사가 되면서 생산여력이 크게 늘었고 상품 종류도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 외부 전문가의 ‘머리’를 빌려라

향토산업이 성공하려면 치밀한 사전 준비와 외부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보령 머드랑’은 충남 보령시가 진흙을 주원료로 만들어낸 화장품 브랜드.

첫선을 보인 1996년 연 2억3000만 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지난해에는 15억9000만 원으로 놀라운 신장세를 보였다.

보령시는 먼저 진흙을 상품화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대학, 기업과 손잡고 2년가량의 연구기간을 거쳤다. 화장품 원료로 가능한지 철저히 타진해 본 것.

보령시 복규범(卜奎範) 경영사업계장은 “상품이 나온 뒤에도 필요할 때마다 태평양으로부터 마케팅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 상품을 차별화하라

고(故)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98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선물하면서 유명해진 전북 고창군 복분자술은 당초 도자기에만 담아 파는 고급술이었다. 700mL 한 병에 4만8000원으로 서민들이 마시기엔 부담스러웠다.

고창 복분자 업계는 2000년 들어 복분자술의 대중화 전략을 세워 시장을 차별화했다. 18개월간 숙성한 술을 도자기 병에 담아 파는 고급 상품과 8개월 숙성한 술을 유리병에 담은 대중 상품으로 나눈 것.

경북 ‘안동 간고등어’는 상하기 쉬운 생선을 진공 포장해 TV홈쇼핑에서 팔기 시작하면서 일약 전국 상품으로 떴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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