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마일즈 데이비스’… 마일즈 빠진 재즈는 없다

  • 입력 2005년 7월 2일 03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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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즈 데이비스/존 스웨드 지음·김현준 옮김/856쪽·3만5000원·을유문화사

마일즈 데이비스, 그는 재즈계의 피카소였다. “그는 그가 원하는 방식대로 연주했다!”

시대를 앞서간 재즈의 황제 마일즈.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예술에 쏟아 부었다. 음악을 위해 아내까지도 바꾸었다.

“언제나 투쟁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변화를 두려워해선 안 되지! 어머니의 자궁으로 다시 들어가려는 게 아니라면….”

마일즈 데이비스는 “자신의 사운드를 의심하지 말라”고 했다. 무조건적인 슬픔과 체념 속에 스스로를 투영하는 그의 트럼펫 톤은 그의 음악세계를 대변한다. 사진 제공 을유문화사

그는 그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디에서든 스스로 위험을 찾아내고 이를 감수했다. “그의 음악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공격적이었다. 그는 항상 무언가를 파괴하기 위해서 애쓰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마저도 과감히 바꾸었다.

1950년대 초에는 마약에 빠진 게으름뱅이였고 1950년대 말에는 낭만적인 반항아였다. 1960년대 에는 인종 문제에 날카롭게 대처했다. “내 이름은 내 피부색이다!”

1970년대는 흑인음악의 신봉자로 살았다. 광적인 유배생활로 점철된 1970년대 말에 이어 1980년대의 마일즈는 팝 음악의 인기스타였다.

그리고 영광의 순간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화려한 무대를 떠나 은둔자의 길을 걷기도 했다. 그의 삶을 관통한 것은 모순의 순간들이었다.

재즈를 듣는 이들에게 마일즈 데이비스는 고유명사이며 동시에 보통명사이다. 1980년대 말에 이르기까지 40년간 재즈의 양식은 그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는 연주할 수 없는 음악, 그 안에 담겨 있지 않은 것까지 연주해 낼 수 있는 음악을 추구했다.

이 책은 20세기와 미국, 재즈와 마일즈를 소재로 한 서사 로망이라 할 만하다. 모던 재즈에서 재즈 록에 이르기까지 스타일의 변천을 짚으면서 한 개인의 자아로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광대한 마일즈의 삶을 투시한다.

‘재즈의 유전자가 그의 세포를 형성했다’는 마일즈. 그는 예술을 저지르기 위해 생을 과용했다.

자주 화를 냈고 거칠어지기 일쑤였다. 불면증에 시달렸다. 쉽게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그의 생은 집착과 질투로 가득했다. “마일즈는 냉소적인 인물이었다. 심지어 자신이 냉소적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냉소적이었다.”

마일즈에게 삶은 그 자체로 음악의 한 방편이었던 거다.

원제 ‘So What: The Life of Miles Davis’(2002년).

이기우 문화전문기자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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