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괴짜 경제학’…겉과 속 다른 세상 ‘진실 엿보기’

  • 입력 2005년 7월 2일 03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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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스타 경제학자 스티븐 레빗 교수는 ‘통계’와 ‘숫자’라는 엄정한 수단을 갖고 마치 노련한 내과의사처럼 세상사에 정교한 메스를 들이댄다. 그리하여 그가 밝혀내려는 것은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사회 통념 가운데 잘못된 것이 다수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마치 겉모양은 사과지만 속은 레몬인 것처럼 말이다.
미국의 스타 경제학자 스티븐 레빗 교수는 ‘통계’와 ‘숫자’라는 엄정한 수단을 갖고 마치 노련한 내과의사처럼 세상사에 정교한 메스를 들이댄다. 그리하여 그가 밝혀내려는 것은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사회 통념 가운데 잘못된 것이 다수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마치 겉모양은 사과지만 속은 레몬인 것처럼 말이다.
◇ 괴짜 경제학/스티븐 레빗, 스티븐 더브너 지음·안진환 옮김/303쪽·1만2000원·웅진지식하우스

《놀이방이나 탁아소를 운영하는 사람에게 큰 고민거리 중 하나는 부모들이 아이를 제 시간에 데려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이 나서서 해법을 찾았다. 지각하는 부모에게 3달러씩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결과는? 불행히도 지각하는 부모들이 오히려 2배로 늘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괴짜 경제학’의 저자인 스티븐 레빗 교수는 여기서 자신이 세상을 보는 키워드인 ‘인센티브’를 설명한다. ‘인센티브란,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많이 하고 나쁜 일을 적게 하도록 설득하는 수단이다. 경제적, 사회적, 도덕적인 것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금연운동을 예로 들면, 담배 한 갑에 세금을 매기면 이는 구입 억제를 위한 경제적 인센티브이며, 술집에서의 흡연 금지는 사회적 인센티브이고, 테러리스트들이 담배 밀거래로 자금을 마련한다는 정부의 선전은 도덕적 인센티브이다.’》

자, 그럼 놀이방에 적용했던 인센티브는 어디가 잘못되었을까? 벌금 액수가 너무 적었던 게 문제였다. 도덕적 인센티브(지각하는 부모들이 느끼는 미안함)를 ‘너무 적은 액수의’ 경제적 인센티브(벌금)로 대체하려 했기 때문에 부모들은 오히려 마음의 부담 없이 더 자주 늦게 오게 된 것. 결국 벌금제도를 중단했지만 부모들은 계속 지각을 했으며 게다가 미안함까지 느끼지 않는 결과를 빚었다.

그렇다고, 벌금을 무조건 많이 매기면 될까? 저자는 모든 인센티브는 근본적으로 교환법칙에 기반을 둔 ‘거래’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균형’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1970년대에 정부에서 헌혈을 많이 하라고 헌혈자에게 돈을 주었는데 오히려 헌혈이 줄었다. 사람들은 박애정신에서 우러나온 고귀한 행동을 겨우 몇 달러를 버는 천한 행위로 전락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상금을 대폭 늘렸다. 당연히 헌혈자는 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돈을 벌기 위해 남의 ‘피’를 빼앗는 범죄가 늘어났다.

시카고대 교수인 저자는 미국의 스타 경제학자다. 하버드대 경제학과와 대학원을 각각 수석으로 졸업하고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경제학회가 격년마다 경제학 발전에 가장 크게 이바지한 40세 미만의 학자에게 주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기도 했다.

이 책은 그의 천재적인 상상력을 여과 없이 보여 준다. 저자의 관심사는 경제학 하면 떠오르는 복잡한 수식이나 금융문제, 혹은 주가가 오를 것인지 내릴 것인지, 경기가 호황인지 불황인지가 아니다.

그 대신 그의 관심은 ‘정보는 일상을 어떻게 움직이는가’ ‘왜 마약사범들은 그렇게 위험한 일을 계속할까’ ‘어째서 매춘부가 건축가보다 더 큰돈을 벌까’ ‘왜 육아전문가들은 부모에게 겁을 주는 걸까’ 같은 미시적인 일상이다. 그는 ‘통계’와 ‘숫자’라는 엄정한 수단을 갖고 마치 노련한 내과의처럼 세상사에 정교한 메스를 들이댄다.

그리하여 저자가 의도하는 결론은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은 가짜’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사회 통념 가운데는 잘못된 것이 다수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흔히 선거는 돈에 의해 좌우된다고 믿지만 실제로 돈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으며 1990년대에 미국의 범죄율이 급격히 줄어든 이유는 저소득 흑인여성들에게 아기를 갖지 않을 자유를 줘 ‘범죄예비군 어린이’의 출생을 결과적으로 줄인 낙태 합법화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외국 저자이다 보니 그가 드는 사례들은 우리에게 친근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의 미덕은 저자가 제시한 미국의 일상과 관련한 질문에 대한 답이 도출되는 과정과 엉뚱한 결론을 보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저자가 궁극적으로 세상과 사람을 보는 독창적인 시선을 배우는 데 있다.

저자는 사람들을 ‘착한 인간과 악한 인간’으로 나누길 거부한다. 인간이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다양한 인센티브에 반응하는 존재일 뿐이다. 따라서 이 인센티브의 실체를 파악한다면, 어떤 선택이나 정책을 결정할 때 지혜로운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오해는 대부분 경제적인 잣대가 아닌 도덕적인 잣대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생긴다는 게 저자의 말이다. 도덕이나 윤리를 어떤 숭고한 가치체계라기보다 저자가 말한 인센티브라는 범주에 놓고 보니, 인생이 더 쿨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윤리학이 우리가 원하는 이상적인 세계를 대표한다면, 경제학은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 세상을 의미한다’는 저자의 말은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이상과 현실의 충돌’을 경험하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원제 ‘Freakonomics’(2005년). ‘Freak(괴짜)’와 ‘Economics(경제학)’를 합성한 저자의 조어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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