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에게도 의료보험제를?

  • 입력 2005년 7월 1일 16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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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이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가면 약 값을 포함해 전체 진료비가 5000원이면 족하다. 하지만 애완견이 감기에 걸려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경우 3~4만원이 든다.

6년째 애완견 두 마리를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 주부 이종금(45) 씨. 최근 한 마리가 눈에 반점이 생겨 동물 병원에 갔더니 치료비가 30만원이나 나왔다. 자식 같은 애견이기에 기꺼이 치료를 받았지만 비싼 진료비 때문에 또 아플까봐 큰 걱정이다.

이 씨는 “동물병원에 가는 것이 무섭다”며 “애견 병원비가 사람보다 몇 배는 더 든다”고 하소연했다.

회사원 이정혜(26) 씨도 “비싼 병원비 때문에 웬만하면 전화 상담만 받는다”며 “며칠 전 강아지가 밥을 먹지 않아 진찰만 받았는데 2만원을 요구했다. 수술이라도 하면 몇 백 만원씩 비용이 드는 것이 예사”라고 말했다.


얼마 전 비싼 애완동물 치료비 문제를 해결하자며 ‘동물의료보험제’ 온라인 서명운동이 있었습니다. 애완동물 건강보험제도로 경제적인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주장과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반대하는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동물의료보험제’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찬성
반대
잘 모르겠다


▶ 난 이렇게 본다(의견쓰기)
▶ “이미 투표하셨습니다” 문구 안내

의료수가는 정해져 있지 않지만 대부분의 동물병원에서는 예방접종 백신 2~3만원, 감기치료 3~4만원, 제왕절개 수술 25~35만원 정도를 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 99년 ‘동물병원의 자율경쟁을 유도해 의료수가를 낮추겠다’며 기존에 있던 동물의료수가제도를 폐지했다. 하지만 대부분 병원에서 동물치료비를 인상해 오히려 애견가들의 부담만 커졌다.

한국애견협회 김용현 씨는 “동물의료수가가 정해지지 않아 병원마다 치료비가 제각각”이라며 “부르는 게 값일 정도”라고 말했다.

김 씨는 “병원 측에 동일한 치료비 책정을 요구하면 오히려 ‘담합하라는 것이냐’고 반박한다”며 “정부에서 동물의료수가 조정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 김모 씨는 “오히려 자율경쟁으로 턱없이 싸게 매겨지는 경우도 있다”며 “사람은 의료보험 때문에 상대적으로 싸게 느껴지는 것이니 애완동물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한수의사회 박성우 씨도 “의료서비스의 질을 볼 때 현재 애완동물의 치료비는 결코 비싸지 않다”며 “의료서비스는 물건값처럼 자율경쟁에 맞길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니, 앞으로 적정 수준의 의료수가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얼마 전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는 비싼 애완동물 치료비 문제를 해결하자며 ‘동물의료보험제’ 온라인 서명운동이 벌어져 호응을 얻기도 했다.

서명한 사람들은 “애완동물 건강보험 제도가 입법화되면 애완동물이 갑자기 아프거나 위급할 때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의료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도 부지기수인 판에 무슨 애완동물의료보험이냐”며 “의료보험은 공공을 위한 정책이므로 특정집단을 위해 세금을 낼 수는 없다“며 반대하는 의견도 많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비싼 치료비 때문에 버려지는 애완동물이 많다”며 “치료비를 낮추는 것이 애완동물 유기를 방지하는 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길에 버려진 애완동물은 1만5688마리로 2003년 7389마리와 비교할 때 2배 이상 늘었으며 올해는 1분기에만 3542마리나 됐다.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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