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음식물엔 면역시스템 작동하지 않나

  • 입력 2005년 7월 1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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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병균 등 이물질이 침입하면 즉각 면역체계가 가동된다는 것은 상식. 그런데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음식도 인체에서는 이물질임에 틀림없다.

더욱이 우리의 장에는 무려 1000조 마리의 미생물이 살면서 생리기능을 돕고 있다. 당연히 면역체계가 이들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이물질에 대한 면역반응이 ‘그때그때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대 약학과 강창율(51·사진) 교수 연구팀이 그 해답을 처음 찾아 권위 있는 학술지 ‘혈액(Blood)’ 1일자에 소개했다. 연구팀은 음식물과 미생물이 늘 풍부하게 존재하는 소화기 계통의 세포를 주목했다. 장 표면의 점막에 분포하는 ‘수지상 세포’를 분석한 것. 수지상 세포는 모양이 나뭇가지처럼 생겼다고 해서 그 이름이 붙었는데 이물질의 종류를 면역세포(T세포)에 알려주고 T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게 주요 역할이다.

연구팀은 장 점막에 있는 수지상 세포가 특이하게도 T세포의 활성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동일한 수지상 세포라 해도 신체에 위치한 부위에 따라 ‘면역 무반응’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

강 교수는 “소화계의 면역 무반응은 ‘먹는 백신’ 개발에 큰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고 말했다. 주사 대신 간편하게 섭취하는 백신을 개발해도 위나 장에서 면역반응을 안 보이면 항체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수지상 세포의 활성도를 조절할 수 있다면 먹는 백신이 실용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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