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기자 “나쁜사람 넋 안달래주면 또 나쁜짓”

  • 입력 2005년 5월 31일 13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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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산케이신문의 구로다 가쓰히로 서울지국장이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 참배와 관련해 “정치인으로서 신념과 소신이 있는 것”이라고 추켜세워 논란이 일고 있다.

구로다 지국장은 31일 SBS라디오 ‘진중권의 전망대’에 출연해 “일본에는 전범이라고 해도 그건 생전에 있던 일이고, 죽은 자의 영혼은 똑같다는 문화가 있다”며 “고이즈미 총리는 바로 일본 특유의 사생관(死生觀)을 따른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진행자 진중권씨가 ‘일본의 사생관에 따르면 히틀러 묘소 참배도 가능한가’라고 묻자, “논리적으론 그렇다”면서 “일본에서는 나쁜 사람의 넋을 달래주지 않으면 또다시 나쁜 짓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구로자 지국장은 “고이즈미 총리는 개인적인 신념이나 소신이 강한 사람”이라며 “과거 다른 수상들은 외교적인 압력 때문에 신사 참배를 하지 않았지만, 그는 자기 신념과 외교 사이에서 고민하다 결국 신념을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구로다 지국장은 또 “신사참배는 전쟁 미화나 전범의 정당화가 아니다”면서 “전쟁에 대한 반성과 교훈으로 참배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시 진씨가 ‘범죄를 반대한다며 살인범의 묘소에 참배하는것과 같지 않은가’라고 지적하자, 구로다 지국장은 “전범과 전범이 아닌 사람을 분리하는 건 차별”이라며 “나라를 위해 죽은 사람은 다 같다”고 거듭 주장했다.

구로다 지국장은 “일본은 그동안 많이 반성했고, 지금은 신사 나라가 돼 있다”면서 “올해가 종전 60년인데 일본은 한번도 전투를 하지 않았다. 아시아 국가 중에 거의 유일하게 60년동안 평화체제를 유지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의 과거 청산에 비해 일본의 노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독일과 비교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일본은 일본 나름대로 과거 청산을 해왔다. 65년 한일국교정상화 때 다 해결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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