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광마잡담’펴낸 마광수교수 “사라만큼 야하진 않을것”

  • 입력 2005년 5월 31일 03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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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 교수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즐거운 사라’ 판매 금지 처분에 대한 해제 청구를 하고 싶지만 재판이라면 이제 지긋지긋하다”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마광수 교수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즐거운 사라’ 판매 금지 처분에 대한 해제 청구를 하고 싶지만 재판이라면 이제 지긋지긋하다”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1992년 소설 ‘즐거운 사라’의 외설 시비로 구속되는 파문을 겪은 마광수(馬光洙·54) 연세대 교수가 13년 만에 장편소설 ‘광마잡담’을 내놓으며 ‘야한 작가’로 복귀했다.

최근 발간된 ‘광마잡담’에는 마 교수가 실명의 주인공으로 나온다. 소설에서 그는 친구 ‘하일지’의 소개로 제주도를 찾았다가 인어를 만나고 미소녀들, 모란꽃에서 환생한 여인들, 우주에서 온 여인과 온갖 ‘질퍽하고 끈적거리는 시간’을 나눈다.

그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즐거운 사라’ 뒤로 무거운 ‘계몽서’만 쓰다가 이번에 야한 소설을 썼다. 실감나게 읽히라고 내 이름을 그대로 썼다. ‘사소설 기법’을 쓴 것이다. ‘즐거운 사라’ 이후 연세대에서 해직된 뒤 재임용을 위해 재판하던 우울한 시기에 쓴 것이라 ‘즐거운 사라’만큼 야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성적인 카타르시스를 위해 이 소설을 썼다”며 “카타르시스란 그리스 말로 ‘설사(泄瀉)’라는 뜻이다. 재미를 위해 소설을 쓴다. 어렵게 쓰는 문학평론과는 달리 의도된 경박성을 드러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 국문과 제자로 소설가 김별아가 있는데 ‘여자 마광수’라고 불리더라. 실제 김별아가 쓴 ‘미실’을 읽어보니 야하더라”면서도 “김별아도 그렇지만 요즘 젊은 소설가들은 글을 참 어렵게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광마잡담’에 나오는 ‘하일지’는 소설가 하일지(동덕여대 교수) 씨”라며 “그는 1992년 검찰이 나를 구속하자 ‘20세기 말의 문화적 코미디’라고 내 편에 서 줬다. 그런 뒤 우리는 친해졌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마 교수는 “민용태 고려대 교수,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내 소설의 의미를 이해해 줬던 사람”이라고 기억했다.

그는 1993년 연세대에서 해직됐다가 5년 뒤에 복직됐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내) 강의실은 붐빈다. 예전에는 1000명 정도가 듣곤 했지만 지금은 수강 제한으로 200명 정도가 듣는다”며 “해직 전에는 밤늦게까지 학교에서 글을 썼지만 이제는 강의가 없으면 곧장 집으로 가 글을 쓴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예전에 페티시즘(fetishism·이성의 몸의 일부나 옷 따위로 성적 만족을 얻는 변태 심리), 피어싱(piercing·몸에 구멍 뚫기)을 이야기할 때는 (사람들이) 거의 그걸 몰랐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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