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총선 사드 돌풍…부친후광 소속당후보 전원 당선

  • 입력 2005년 5월 31일 03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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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들은 나의 정치력이 아니라 부친을 택한 것이다.”

시리아의 간섭에서 벗어나 30년 만에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29일 치러진 자유총선거 1단계 투표에서 수니파 무슬림인 사드 알 하리리(35) 씨가 이끄는 ‘미래운동’ 후보 19명이 모두 당선됐다.

이로써 2월 폭탄테러로 암살된 라피크 알 하리리 전 총리의 아들인 사드 씨가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정치 무대의 전면에 나서게 됐다. 정치력이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벌써부터 총리감으로 거론되고 있다.

사드 씨는 이날 “새로운 레바논을 지지하며 부패에 반대한다”면서 무려 340억 달러에 이르는 외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의 강력한 경제개혁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드 씨의 정계 진출은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하리리 전 총리가 사망했을 때도 장남인 바하 씨가 정치적 후계자로 거론됐다. 하지만 가족들은 사드 씨를 택했다. 비록 하리리 전 총리가 이라크 출신 전처에게서 낳은 두 아들 중 차남이지만 리더십이 강력하고 대인관계가 원만했기 때문.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그는 부친에게서 중동 최대의 건설회사를 물려받으면서 사업가의 수완을 발휘했다. 억만장자인 사드 씨는 건설뿐 아니라 금융과 미디어 산업에도 진출했다.

한편 레바논은 1989년 내전을 종식하면서 맺은 타이프협약에 따라 의회의 128석을 △기독교계 마론파(34) △이슬람계 시아파(27) △이슬람계 수니파(27) △기독교계 드루즈파(8) 등 종파별로 나눠 갖는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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