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 언론인들이 우려한 ‘盧 대통령 언론觀’

  • 입력 2005년 5월 31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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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세계신문협회(WAN) 총회 연설에서 “언론권력의 남용을 제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중요하다”고 했다. 또 신문사가 민주적 지배구조를 갖추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세계의 언론인들은 노 대통령의 언론관이 민주주의 선진국들의 ‘글로벌 스탠더드’와 거리가 멀다는 인식을 숨기지 않았다.

모로코의 나디아 사라하 레코노미스트 편집국장은 “언론이 권력화하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만든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우려했다. 개빈 오레일리 WAN 회장대행은 공식축사에서 한국의 신문법에 대해 “민주주의 사회에서 보기 힘든 일”이라며 “법률로 신문사의 시장점유율을 제한해 독자가 신문을 선택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어떤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일반적 관례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날 노 대통령은 “이제 정부가 언론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일은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여당이 이른바 ‘4대 개혁입법’에 끼워 넣어 야당과의 정치적 협상을 통해 관철시킨 신문법과, 신문통제 의도를 더 노골적으로 구체화한 신문법 시행령이 ‘제도화된 부당한 압력’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세계 굴지의 언론인들도 바로 이런 점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노 대통령은 또 “신문이 불신과 증오를 말하면 사회는 대립과 갈등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소(失笑)를 참을 수 없게 하는 발언이다. 지난 2년여 동안 사회갈등을 부채질하고 이런 갈등을 이용하기까지 한 주체가 도대체 누구인가. 왜 ‘내 탓’은 접어두고 걸핏하면 언론을 탓하는가.

이날 “신문의 미래는 민주주의의 미래”라고 한 노 대통령의 말은 백번 맞다. 그래서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밝게만 볼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정권이 ‘신문사의 지배구조’까지 들먹이며 편집권을 침해하고 ‘의제설정의 책임감’을 내세워 비판기능을 흔드는데 민주주의가 꽃필 수 있겠는가. 신문사의 지배구조가 좋고 나쁨은 신문의 경쟁력이 말해 주는 것이며, 결국 독자의 선택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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