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역개발 논리로 軍시설까지 흔들어서야

  • 입력 2005년 5월 31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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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시대위원회가 지난해 7월 ‘서남해안 개발사업(S프로젝트)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국방부가 전남 해남에 건설 중이던 해군 잠수함통신소의 공사 중단을 요청했음이 드러났다. 대통령자문기구에 불과한 동북아위가 월권(越權) 행위를 한 것도 문제지만, 이 정권의 국정운영 코드의 하나인 지역균형개발 논리 앞에서는 안보시설 공사까지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어서 더욱 걱정스럽다. 지역 민심 잡기가 안보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

집권층이 안보시설을 대수롭지 않게 보고 간섭하거나 설익은 구상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최근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 논의 과정에서 육군사관학교와 국방대학교 지방 이전설이 불거져 나와 군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경기 성남시에 있는 서울공항도 국방부가 여러 차례 ‘이전 불가’ 의견을 밝혔는데도 열린우리당은 이전이 가능한 것처럼 거듭 말을 흘렸다.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수도권 민심 추스르기의 일환이었다.

군시설의 건설과 이전 문제는 안보 태세 전반에 어떤 영향을 줄지 면밀히 따져 본 후 결정해야 한다. 특정 지역의 이해(利害)보다 국민 전체의 안위(安危)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안보시설마저 정치논리에 휘말리게 되면 안보는 물론이고 군의 사기도 결정적으로 손상을 입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이 정권 출범 이후 군의 문민화(文民化) 바람 속에서 군과 군시설을 지역발전에 방해되는 존재로 보는 풍조마저 생겨나고 있다. 집권층이 이를 부추기는 행태를 보인다면 안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동북아위가 무엇을 믿고 주어진 직무 범위를 넘어선 행동을 했는지도 차제에 밝혀야 한다. 사퇴한 문정인 위원장이 독단으로 그런 요청을 한 것인지,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된 사안인지 규명해야 한다. 안보시설은 설령 그것이 조그만 교량이나 철책선 공사일지라도 군이 배제된 채 다른 기관의 일방적 판단에 따라 결정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안보는 영속적인 것이다. 5년 단임 정권이 그 기반까지 훼손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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