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적표 나쁜데 주가 오른 까닭은?

  • 입력 2005년 5월 3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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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경제 성적표가 안 좋았지만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만큼은 아니다.” 30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각각 발표한 4월 국제수지 및 산업활동 동향에 대한 증권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정부가 발표한 각종 경제지표는 당초 증권가에서 예상한 것보다 더 나쁘게 나왔다. 그러나 이날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는 모두 올랐다. 요즘 상승 분위기를 타고 있는 증시에 찬물을 끼얹을 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경제지표가 좋지 않게 나와 앞으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예상된 성적 부진=4월 산업생산은 지난해 4월에 비해 3.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달 경상수지는 9억1000만 달러의 적자를 보였다. 다만 내수경기 지표인 도소매판매가 2개월 연속 플러스로 나타나 내수 회복의 기대를 심어줬다.

이날 주가는 경제지표 발표 내용이 알려진 오전부터 전날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종합주가지수는 전날에 비해 8.13포인트 오른 964.04로 마감됐다. 코스닥지수도 5.03포인트 오른 468.25로 장을 마쳤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4월 경제지표가 나쁘게 나왔지만 좋으리라고 예상한 증시 전문가도 거의 없었다”면서 “예상됐던 악재보다는 해외에서 나오는 호재가 요즘 주가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지표가 속속 발표되고 국제유가나 원-달러 환율이 안정돼 가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지난주 다우지수는 10,542.55로 70.64포인트, 나스닥지수는 2,075.73으로 29.31포인트, 일본 닛케이지수는 11,154.71로 117.42엔 각각 올랐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국내 경제가 안 좋다는 것이 확인됐는데도 주가가 계속 오르니 개인투자자로서는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다.

주가가 어느 정도 반등했으니 이제 팔아야 하나, 아니면 앞으로 본격적으로 오를지 모르니 계속 갖고 있어야 하느냐는 갈등이 생길 수 있는 시점이다.

실제로 이날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은 ‘팔자’에 나선 반면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적극적으로 ‘사자’에 나서 주가 오름세를 이끌었다.

세종증권 윤재현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주가 움직임에 대해 “올 3월 이후 계속된 답답한 보합세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상승곡선을 그릴 수 있는 초기 단계”라며 “국내외에서 정보기술(IT) 관련 종목이 주가 오름세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4월 경제지표를 계기로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 부양에 나서면 주가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 증권조사팀 신동석 연구위원은 “정부가 앞으로 추경예산을 편성하고 부동산 거래세를 낮추는 등 경기부양 기조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건설, 금융 등 내수 관련 업종의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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