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스와프예금 소득 신고하세요”…국세청 뒤늦게 과세

  • 입력 2005년 5월 3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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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돈 날리게 됐어요. 분명히 팔 때는 세금이 안 붙는다고 했다고요. 은행도 무책임하지만 정부도 뒤늦게 뭐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3년 전 은행의 엔화스와프 예금에 가입했던 김모(55·여) 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본보에 전화로 항의한 그는 한참을 얘기하고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국세청 담당기자의 연락처까지 요구했다.

엔화스와프 예금 가입자들은 종합소득세 신고기한(31일)을 하루 앞두고도 이 예금에서 얻은 소득을 신고해야 하는지를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엔화스와프 예금에 대한 국세청의 ‘뒷북’ 과세 판정 때문이다. 이 예금은 2002년 1월부터 판매됐지만 과세 방침은 최근 정해졌다.

외환은행 프라이빗뱅킹(PB) 지원팀 관계자는 “요즘 하루 종일 수화기를 귀에 대고 살 정도로 고객과 영업점의 (엔화스와프 예금 관련) 문의전화가 많다”며 “한마디로 ‘전쟁’”이라고 말했다.

○ 종합소득세 신고에 포함시켜야 하나

엔화스와프 예금 가입자는 신고하면 예상치 않았던 세금을 내야 하고, 신고하지 않으면 세무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어 당혹해 하고 있다. 은행들은 최근 이 예금 가입자들에게 ‘종소세 신고 여부는 알아서 판단하라’는 내용의 통지를 보냈다.

전문가들은 일단 엔화스와프 예금에서 발생한 소득으로 연간 이자와 배당소득이 4000만 원을 넘으면 신고하라고 조언한다.

그러지 않으면 신고 불성실 가산세 20%가 추가되고, 납부 불성실 가산세가 하루에 0.03%씩 붙기 때문. 세무조사까지 받으면 다른 자산에 대한 세금도 추징될 수 있다.

과세에 불만이 있으면 신고한 뒤 2년 이내에 국세청을 상대로 ‘감액 경정청구’를 할 수 있다. 이 청구가 기각되면 이의신청과 행정소송도 가능하다. 과세 여부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은행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A은행 관계자는 “일단 성실하게 신고하고 나중을 도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은행들, “세무조사도 감수하겠다”

은행들은 세무조사를 받더라도 엔화스와프 예금의 소득 원천징수 미(未)이행분에 대한 수정신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은행 관계자는 “자진납세를 하면 국세청의 논리를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나중에 불복소송을 낼 수 없게 된다는 법률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가입자들은 과세가 정당하더라도 은행이 세금 전액을 대신 납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입을 권유할 때는 비과세라고 했다가 이제 와서 세금을 내라는 것은 공신력 있는 금융회사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

따라서 당국의 소급과세 방침이 정당한 것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은행과 고객 간 분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엔화스와프 예금:

일본 엔화표시 예금에 대해 선물환거래 프리미엄을 지급하는 상품. 이자는 연 0.5% 수준이지만 통상 연 3.5%가량의 프리미엄을 추가로 줘 낮은 이자를 보전했다. 은행들은 주로 돈 많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엔화스와프 예금을 유치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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