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완전히 회복됐다더니…경제지표 일제히 빨간불

  • 입력 2005년 5월 3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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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이 2.7%로 주저앉은 데 이어 4월 산업활동은 경기가 회복되기는커녕 더욱 위축되는 쪽으로 나타났다. 경상수지도 2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연초 실물경기는 나빠도 지표가 호전되는 듯해 하반기를 기대하게 했으나 지표마저 다시 나빠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올해 5% 성장이 어려울 것 같다”며 위기감을 드러냈고 “한국 경제가 아직 바닥이 아니다”는 해외 경제전문가의 분석도 나왔다.》

○ ‘우울한’ 4월 경제성적표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올해 들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줬던 생산 및 투자 지표들이 대부분 증가세가 둔화되거나 하락했다.

지난달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3.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설연휴의 영향으로 7.3% 줄었던 2월을 제외하면 2003년 8월의 1.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경기회복 여부에 민감한 투자도 내수회복에 대한 불안감으로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전년 동월 대비 설비투자 증가율은 올해 2월 설연휴의 영향으로 ―3.5%로 떨어진 후 3월에 1.4%로 회복됐지만 지난달 ―0.3%로 다시 떨어졌다.

향후 경기회복을 가늠할 수 있는 경기선행지수는 3월에 비해 0.1%포인트 떨어져 4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경기가 다시 뒷걸음질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경기선행지수는 작년 12월(0.8%) 이후 △1월 1.0% △2월 1.3% △3월 1.5%로 조금씩 호전되다가 4개월 만에 다시 하향세로 돌아선 것.

그나마 도·소매 판매가 작년 같은 달보다 1.2% 늘어 2개월 연속 증가했지만 회복세가 미약하다는 평가다.

○ 한국 경제, 바닥은 언제인가

정부는 지난달 한 자릿수에 머물렀던 수출이 5월부터 다시 예전 수준을 회복하고 산업활동도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경부 이승우(李昇雨) 경제정책국장은 “4월에는 수출이 통관기준으로 6.9% 증가하는 데 머물렀으나 이번 달은 20일까지 16.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민간전문가들 사이에는 향후 경기회복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더 많다. 수출증가율은 계속 둔화되고 내수회복은 더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 경제에 정통한 앤디 시에 모건스탠리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한국시장 보고서에서 “4월까지 도·소매 판매 실적 등 내수가 개선되고 있다는 근거가 없다”며 “반면 수출과 생산증가율은 1년 전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 내수가 수출 둔화를 상쇄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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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택시요금… 담배… 경유… 줄줄이 인상▼

다음 달부터 교통요금, 하수도요금, 경유가격, 우편료, 담뱃값 등 서민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요금이 잇따라 오른다.

연간 물가상승률이 정부 목표치인 3% 선을 넘으리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30일 재정경제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서울 부산 광주 등 3개 광역자치단체는 6월부터 택시요금을 차례로 인상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6월 1일부터 모든 택시요금을 17.5% 인상한다. 이에 따라 일반택시 기본요금(최초 2km)은 1600원에서 1900원으로, 모범택시 기본요금은 4000원에서 4500원으로 오른다.

부산시도 택시요금을 15% 안팎 올릴 예정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인상 시기는 7, 8월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일반택시 기본요금은 1500원에서 1700원, 모범택시는 2000원에서 2300원 정도로 오른다.

광주 대구 울산 인천 등도 택시조합의 요구와 요금 인상요인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를 검토해 인상 폭과 시기를 결정할 계획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서울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에서 인상률이 결정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광주도시철도공사는 다음 달부터 지하철요금을 성인 700원에서 800원, 어린이(초등학생 이하) 350원에서 400원 등으로 14% 올린다.

하수도요금은 7월부터 서울에서 35%, 부산에서 9.8% 오른다. 이에 따라 서울의 가정용 하수도요금은 m³당 128원에서 171원으로 뛴다. 부산의 가정용 하수도요금은 202원에서 222원으로 오른다.

휘발유, 경유, 액화석유가스(LPG)의 상대가격 비율을 조정하는 내용의 교통세법 및 특별소비세법 개정안이 다음 달 국회에서 통과되면 경유가격도 L당 63원 정도 오르게 된다.

담뱃값은 인상 시기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7월경 500원가량 오를 가능성이 높다.

홈쇼핑 유인물 등 홍보용 우편물 요금은 다음 달 평균 3.4% 오르고 1만 통 이상의 다량 우편물 요금은 4% 인상된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吳文碩) 상무는 “공공요금 인상 때문에 소비가 더 위축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경상수지 2년만에 적자▼

월별 경상수지가 2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줄어든 데다 주식배당금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소득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4월 국제수지 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경상수지는 9억1000만 달러 적자였다.

월별 기준 적자는 2003년 4월(2억1000만 달러 적자) 이후 처음이다.

상품수지는 24억 달러 흑자로 2003년 4월부터 시작된 흑자 행진을 계속했다. 그러나 흑자 규모는 3월보다 7억1000만 달러 줄었고 수출증가율도 6.9%에 그쳤다.

상품이 세관을 통과했지만 인도가 이뤄지지 않아 상품수지에서 빠진 선박 수출 2억8000만 달러가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세관의 집중 단속으로 금 수출이 크게 줄어든 것도 수출증가율 하락의 원인이다. 금 요인을 제외하면 수출증가율은 10.1%.

경상수지 적자의 주요인이 된 소득수지 적자 규모는 21억4000만 달러. 대외 배당금으로 24억4000만 달러를 지급한 영향이 컸다.

한은 정삼용(鄭三容) 국제수지팀장은 “3, 4월 40억 달러에 이른 대외 배당금 요인이 사라져 5월부터 경상수지가 정상 궤도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제 유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인 데다 해외여행 및 유학 연수 비용이 증가하고 있어 흑자 기조를 장담할 수만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1∼4월 경상수지 흑자 누계는 50억4000만 달러.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160억 달러로 보고 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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