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화 “범죄자가 큰소리…세상 좋아졌다”

  • 입력 2005년 5월 30일 11시 32분


코멘트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 동아일보 자료사진.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 동아일보 자료사진.
“독재시대라면 쿠데타 주역들은 즉결 심판 후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을 텐데, 민주화로 세상이 좋아진 덕에 범죄자가 큰소리치는 어이없는 현상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의 소장파 고진화(高鎭和·42·서울 영등포 갑) 의원이 12·12 주역들을 비난하고 나섰다.

최근 장세동·허화평씨 등 5공 인사들이 MBC드라마 ‘제 5공화국’과 관련해 ‘12·1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른 수사의 진행’이라고 거듭 주장하고 있는데 대한 것.

고 의원은 지난 29일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쿠데타는 과거 왕조시대 같았더라면 멸문지화나 사지가 찢어지는 거열형에 처해지는 대역죄”라며 “당시 쿠데타 주역들은 12.12 상황을 아예 잊어버리기로 작정한 것 같다”고 비난했다.

그는 “12.12는 최정예 부대를 무단으로 이용해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했을 뿐 아니라 한국군끼리 총격전을 벌여 수십 명을 사망케 한 참극”이라며 “대통령의 재가도 받지 않은 채 국방부장관 등을 납치·구금한 명백한 쿠데타를 ‘적법한 수사과정’이라고 주장하니 이보다 더 황당할 수가 없다”고 성토했다.

그는 “지금 생각해 보면, 민주화의 가장 큰 수혜자는 이들 신군부”라며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쟁취한 민주화 덕분에 쿠데타 주역들이 여생을 편히 지내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고 의원은 “뒤틀린 과거사를 바로잡기 위해 12.12 쿠데타 주역들이 5월 광주에서 저지른 만행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며 “특히 정확한 사망자수, 시민들에게 무차별 발포를 명령한 자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과거사에 대한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범죄자가 큰소리치는 어이없는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며 “피를 흘려 일궈낸 민주화의 결실을 민주화 운동을 탄압했던 ‘그때 그 사람들’이 누리고 있는 상황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의원은 1985년 ‘미국문화원 점거사건’을 주도했던 인물. 당시 70여명의 대학생들이 미국문화원에 진입해 “광주학살 지원한 미국은 사죄하라”며 점거 농성을 벌였다. 고 의원은 이 일로 2년6개월간 수감됐다가 88년 노태우 대통령 취임 특사로 풀려났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