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행담도와 유전 ‘의혹 덮기’ 안 된다

  • 입력 2005년 5월 30일 0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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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담도 개발사업과 러시아 유전 개발사업을 둘러싼 의혹은 어느 쪽도 풀리지 않았다. 청와대는 감사원의 행담도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서둘러 발 빼기에 나섰지만 앞뒤 안 맞는 해명이 의문을 더 키우고 있다. 검찰은 유전 의혹의 배후에 대해 ‘사법처리 배제’를 시사했는데 그 의중이 오히려 의심을 낳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주말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과 정태인 국민경제자문회의 사무차장에 대한 전격적인 사표수리 사유를 “이들의 행담도 개발 지원이 적절하지 못한 직무행위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북아위가 행담도 사업을 서남해안 개발(S프로젝트)의 시범사업으로 잘못 인식했고,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특정인(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에게 과도하게 의존했다는 질책도 따랐다.

그러나 청와대는 당초 “행담도 사업을 청와대가 지원한 일이 있다”며 “서남해안 개발을 위해 싱가포르 자본 유치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싱가포르 정부에 협조를 요청하고 친서까지 보냈다고 했다.

전후 사정이 이러니, 청와대가 부랴부랴 동북아위에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이 석연찮을 수밖에 없다. 감사원 조사가 끝난 뒤 사표수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꾼 것도 ‘꼬리 자르기’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더구나 동북아위는 지난해 S프로젝트와 중복될 수 있다는 이유로 전남 해남에 건설 중이던 해군 잠수함통신소의 공사 중단을 요청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는데, 과연 동북아위의 단독결정이라고 믿을 수 있겠는가.

유전의혹 수사의 경우, 검찰은 이광재 의원과 이기명 씨를 조사한 뒤 “현재로선 사법처리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가 다시 말을 흐리고 있다.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사실만 봐도 이 의원은 유전개발을 실무적으로 추진한 한국크루드오일(KCO) 전 대표 전대월 씨 및 해외로 도피한 허문석 씨 등과 여러 경로로 관련된 흔적이 뚜렷하다. 이기명 씨에 대한 검찰의 조사방식도 ‘특별’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여론의 눈치를 보며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의 구속 기소로 수사를 마무리하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래서는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감사원도 마찬가지다. 행담도 의혹의 전모를 밝히는 데 명예를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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