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게임 ‘카트 라이더’ 만든 넥슨 최고창작자 김정주

  • 입력 2005년 5월 30일 0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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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만든 김정주 넥슨 창업자는 ‘온라인게임의 전도사’로 통한다. 사진 제공 넥슨
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만든 김정주 넥슨 창업자는 ‘온라인게임의 전도사’로 통한다. 사진 제공 넥슨
외환위기의 삭풍이 몰아치기 시작하던 1997년.

사용자가 인터넷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세계 최초의 온라인 게임인 ‘바람의 나라’가 등장했다. 온라인게임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던 시절이었기에 수많은 사용자들은 이 게임에 매료됐다.

엔씨소프트에 이은 국내 2대 게임회사 ‘넥슨’의 창업자인 김정주(金正宙·37) 이사는 ‘온라인게임의 전도사’로 통한다. 그는 회사가 성장하면서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고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49%의 지분을 소유한 회사의 최대주주이며 최고창작자(CCO·Chief Creative Officer)로서 회사의 발전 전략을 세우는 일을 하고 있다.

넥슨은 지난해 자동차 경주게임인 ‘카트 라이더’를 내놓아 10대 어린이와 청소년, 20대 여성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 게임은 회원이 1100만 명이 넘는 ‘국민게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 ‘게임은 추억이다’

넥슨은 어린이와 청소년 게임시장의 절대강자다.

‘메이플 스토리’ ‘크레이지 비앤비’ ‘카트 라이더’ 등은 3등신의 귀여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임으로 어린 청소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게임회사들은 1990년대 말 칼싸움과 피가 난무하는 전투게임을 만들어 18∼30세 남성을 공략했다. 이럴 때 넥슨은 어린이를 사용자로 정한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주위에서는 넥슨의 이런 게임을 비웃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전투게임은 경쟁자가 급격히 늘어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반면 어린이와 청소년 게임은 넥슨의 독주체제가 굳어진 것.

게임은 제작비 100억 원이 넘어가는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 김 이사의 철학이다.

3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인터뷰 내내 스스로를 가리켜 “게임업계에서는 이미 늙었다”고 말한 그는 작년에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28세의 서원일 씨를 사장으로 영입했다. 젊은 서 씨가 자신보다 10, 20대의 취향을 더 잘 읽어낼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 큰 회사보다 튼튼한 회사를

카트 라이더

김 이사가 1994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동기생인 송재경(현 XL게임즈 사장) 씨와 회사를 창업할 때 직원은 2명이었다. 게임 개발비를 벌기 위해 현대자동차와 대한항공 등의 인터넷 사이트를 대신 만들어 주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넥슨의 매출액은 986억 원, 순이익은 137억 원, 직원은 700여 명으로 늘어났다.

남들처럼 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수백 억 원을 조달하고 재산가치도 수천 억 원으로 늘릴 수 있지만 그는 여전히 비상장을 고집한다.

그의 소신은 능력이 안 되는데 규모를 키우면 기업이 망한다는 것.

김 이사도 한때는 회사의 규모를 키우겠다는 욕심을 갖고 미국시장에 들어갔다가 참패를 당했다. 내놓는 게임마다 모두 실패했고 결국 2001년 회사를 접었다.

그때부터 김 이사는 욕심을 버렸다. 그는 “외부에서 돈을 모아 검증되지 않은 사람을 불러들이고 관리에 소홀해지는 것보다 내실을 다지며 천천히 성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넥슨은 이제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다음 목표도 태국 인도다.

미국과 유럽 등의 시장에 진출하면 회사 규모도 커지고 ‘글로벌 기업’의 이미지도 갖출 수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넥슨의 게임을 좋아하는 팬들이 있는 곳에서 사업을 벌이겠다는 이유에서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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