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패잔병 60년만의 생환, 해프닝으로 끝날수도

  • 입력 2005년 5월 30일 0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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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민다나오 섬 산악지대에 옛 일본군 2명이 은신해 있다는 소식이 생존자의 소재조차 파악되지 않는 등 미궁에 빠지고 있다.

이들이 필리핀 주재 일본대사관 관계자와 만나기로 약속한 지 사흘째인 29일까지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더구나 이들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중개자가 수시로 말을 바꾸고 29일부터는 종적까지 감춰 종전 60년 만의 ‘기적의 생환’으로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던 일본 사회는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필리핀 남부 제너럴산토스 현지에 파견된 일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마닐라 주재 일본대사관 관계자 등이 중개자와 접촉하며 생존자 면담을 추진했으나 29일 오후까지 뚜렷한 진전이 없었다. 게다가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날부터 중개자와의 연락도 두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신문은 자세한 신원을 밝히지 않은 채 이 중개자가 아사노(淺野·58) 씨라고 전했다.

옛 일본군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필리핀 정부 관계자는 “산속에 일본군 패잔병이 은거 중이란 소문은 전에도 여러 번 있어 수색을 했으나 그때마다 허탕을 쳤다”며 이번 생존 보도에 의문을 나타냈다.

반면 현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반정부세력인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의 대변인은 29일 교도통신과의 전화통화에서 “민다나오 섬과 인근 섬 등에 일본인 2명의 생존 정보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변인은 이 지역을 관할하는 지구사령관의 이름으로 “두 일본인은 옛 일본군 같았다”고 했으나 정확한 근거를 밝히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생존 추정자의 신원, 사진, 가족 증언 등을 대대적으로 전하던 일본 언론매체들도 신중한 태도로 바뀌었다.

이런 가운데 마이니치신문은 아사노 씨와의 28일 전화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아사노 씨는 “2명의 귀국 준비를 극비리에 마쳤는데 외무성이 정보를 흘려 보도진이 몰리는 바람에 일이 꼬였다”면서 “통행료 조로 500만 엔(약 5000만 원)을 받고 안전을 보장하겠다던 반군 측이 갑자기 5배를 요구해 와 면담과 귀국에 장애가 생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서영아 기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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