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파드 국왕 사망설…정부선 부인

  • 입력 2005년 5월 30일 0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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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가 심상치 않다. 25일 수도 리야드에선 파드 빈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82) 국왕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는 소문이 순식간에 퍼지자 주가가 폭락했다.

이틀 뒤인 27일 파드 국왕은 리야드에 있는 파이살 왕립병원에 입원했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사우디연구소는 28일 “파드 국왕이 25일 사망했으며 UPI통신을 통해 공식 발표가 곧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우드 알 파이살 외무장관이 이날 “국왕의 상태가 상당히 안정적”이라고 밝히는 등 사우디 정부는 즉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사우디 정부가 비상경계령을 발동하고 군인들의 휴가를 전면 취소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장막 속의 권력투쟁 시작=사우디는 3만 명의 왕족이 지배하는 전제 군주국이다. 1932년 압둘 아지즈 이븐 사우드 초대국왕이 자신의 부족 이름을 따 사우디아라비아공화국(Kingdom of Saudi Arabia)을 건국했다. 그 이후 사우드, 파이살, 칼리드 국왕을 거쳐 1982년 6월 현 파드 국왕이 즉위했다. 파드 국왕이 1995년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지자 이복동생인 압둘라(81) 왕세제가 그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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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사우디 왕가는 압둘라 왕세제와 파드 국왕의 친형제 6명 사이에 보이지 않는 갈등이 본격화됐다. 검소한 왕세제가 집권하면 왕족의 사치와 부패 청산을 단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 이들 ‘6형제’는 세계적 명의를 초빙해 가며 파드 국왕의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파드 국왕이 갑자기 숨지면 형제 승계의 전통에 따라 압둘라 왕세제가 왕위를 계승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사우디 국민들도 왕세제에게 우호적이다.

그러나 군과 경찰을 장악한 6형제들이 ‘고령’을 핑계로 왕세제를 몰아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술탄 국방장관과 나예프 내무장관, 아메드 내무차관이 힘을 합치면 쿠데타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전문가인 인남식(印南植)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1980년대 미국과 유럽으로 유학을 떠나 90년대에 돌아온 30, 40대의 또 다른 젊은 왕자들이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판도가 결정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도 왕세제 편=파드 국왕과 6형제는 본래 친미주의자였다. 하지만 9·11테러 이후 이들은 미국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이들은 또 경제정책 실패에 따른 경기부진과 부패왕정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반미 감정으로 희석시키고 있다. 2003년 3월 이라크전쟁 당시 사우디가 다란과 담맘 공군기지 사용을 불허하자 미군은 카타르의 알 우다이라 공군기지를 이용해야 했을 정도다. 천연가스 개발에 미국 대신 중국을 택하고 미국의 석유 증산 요구도 잘 듣지 않는다.

미 정부도 파드 국왕의 6형제들이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에게 자금을 지원했다고 의심하며 이들에 비해 개혁적인 압둘라 왕세제를 선호하고 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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