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위, 戰力사업 제동]‘개발 아마추어’ 국책사업 과욕

  • 입력 2005년 5월 30일 0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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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27일 문정인(文正仁) 동북아시대위원장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부적절한 직무행위의 주요 근거로 서남해안개발사업(S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특정인 1명에게 과도하게 의존한 점을 꼽았다. 즉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에게 너무 의존하는 바람에 S프로젝트와는 무관한 행담도 개발사업을 적극 지원하는 ‘탈선’을 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비(非)전문가들의 과욕이 빚은 사고’라는 지적이 많다. 미국에서 국제문제를 전공했고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인 문정인 당시 위원장은 외교안보 전문가로 대형 국책사업 분야에는 문외한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도 수시로 만나 토론을 벌이며 조언을 하는 관계지만 분야도 이라크 파병문제, 대미관계, 동북아균형자론 등 주로 외교안보 영역이다.

실무적으로 S프로젝트 추진을 이끈 정태인(鄭泰仁) 당시 기획조정실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박사과정까지 수료한 뒤 2000년부터 CBS 시사자키, KBS와 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았다. 그러나 대형 국책사업이나 외자유치 분야의 실무 경험은 거의 없다.

이러한 아마추어리즘은 S프로젝트의 최초 발안 과정을 비전문가인 정찬용(鄭燦龍) 전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이 개인적인 선(線)을 통해 주도한 데서도 나타난다.

정 전 수석은 YMCA에서 잔뼈가 굵은 시민단체 출신으로 현 정부 들어 청와대에 근무하면서도 인사 분야만 맡아왔다. 물론 정 전 수석은 추진 과정에서 국토연구원 근무 때 광주∼목포권 광역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력이 있는 서울대 문동주 교수에게 S프로젝트의 구상을 의뢰했다.

정 전 수석의 광주일고 후배인 문 교수는 지난해 초 보고서를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제출하면서 서남해안 개발에 관한 구상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자본을 유치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를 연결할 인물로 김 사장을 보고서에 명시하기까지 했다.

이 때문에 이후 S프로젝트는 김 사장이라는 특정인 1명에게 의존하게 됐고, 동북아시대위가 싱가포르 자본 유치에 과도한 욕심을 내면서 S프로젝트와는 무관한 행담도 개발사업에 깊숙하게 개입하는 결과를 낳았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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