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85주년 학술대회]“자유주의가 민주주의 발전 원동력”

  • 입력 2005년 5월 30일 0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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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가 창간 85주년 기념으로 성균관대 사회과학연구소, 한림대 사회조사연구소, 성신여대 동아시아연구소와 공동 주최한 학술대회 ‘한국의 자유주의 전통’이 28일 서울 중구 서소문동 명지빌딩 20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신자유주의가 득세하는 가운데 자유주의의 위기가 거론되는 모순은 어떻게 설명 가능한가. ‘뉴라이트’와 신보수주의, 민주주의, 민족주의의 차별성은 무엇인가. 또 국내정치에서 자유주의자와 국제정치에서 자유주의자의 차이는 무엇인가.”

김영명(정치학) 한림대 교수는 이날 ‘한국의 자유주의와 뉴라이트’를 주제로 한 종합토론을 시작하며 이 3가지 질문으로 자유주의에 이념적 뿌리를 둔 뉴라이트 운동의 현 단계 과제를 압축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주성(정치사상사) 한국교원대 교수는 “자유주의는 가혹한 식민체제에서 자유공간을 만들기 위해 일제와 협력한 측면이 있고, 해방공간에는 민족주의, 박정희 전두환 시대에는 권위주의와 제휴했지만 마지막에는 민주주의와 손을 잡았다”며 “민주화가 자유주의의 만개를 낳은 것이 아니라 자유주의가 민주주의를 만들어 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용민(정치사상사)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자유주의는 결국 ‘진실된 개인의 탄생’으로 귀결되는데 광복 이후 한국에서는 공동체적 관계를 앞세우는 평등주의적 전통이 더 강했다”며 “먹고사는 경제적 문제가 해결된 지금, 한국의 과제는 공동체주의의 경험을 간직한 사람들에게 ‘자아성찰의 개인’을 발견하도록 하고 양자의 조화를 이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내적 자유주의자와 대외적 자유주의자의 차이에 대해 토론한 송문홍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남북관계의 특수성에 매몰돼 ‘자유의 확산’이라는 보편 주제를 간과함으로써 국제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있다”며 “동북아 다자간 안보체제 구축이 결실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이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 위원은 또 “뉴라이트 운동이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지식인운동을 떠나 생활운동이 돼야 한다”며 “병역기피를 위한 국적 포기, 중고교생의 두발 자유화, 성매매금지법 등 일상의 문제에 침투해 자유주의적 시각의 적실성을 보여줄 것”을 제언했다.

한편 이에 앞서 오전 10시부터 열린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개화기부터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자유주의적 전통을 확인하고 미래를 위한 극복과제를 검토한 7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서구 자유주의의 기원과 변화’를 발표한 서병훈(정치학) 숭실대 교수는 “한국의 자유주의는 고전적 자유주의의 기본덕목인 관용과 다양성부터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석근(정치외교사) 연세대 교수는 ‘개화기 자유주의 수용과 기능 및 정치적 함의’를 발표하며 “개화기 자유주의는 군주의 권한 제한으로서 민(民)의 개념이 정치적 주체로 떠올랐으나 이것이 ‘개인’을 자각하는 데까지 이르지는 못했다”고 한계점을 밝혔다.

김일영(정치학) 성균관대 교수는 “박정희 시대의 권위주의 체제가 국가주의, 민족주의, 집단주의의 잔영을 짙게 남겨 놓았으나 국가주도적 발전 프로젝트가 오늘의 중산층을 낳았다”고 평가했다. 김영호(국제정치) 성신여대 교수는 국내 정치의 자유주의와 국제정치에서 자유주의(이상주의)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지적하며 “권력정치의 현실과 자유주의 이념을 동시에 고려하는 ‘자유주의적 현실주의’”라는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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