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풀베개’…동양의 미학으로 그리고 싶은 그녀

  • 입력 2005년 5월 28일 0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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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베개/나쓰메 소세키 지음·오석윤 옮김/224쪽·5900원·책세상

나쓰메 소세키(1867∼1916)는 일본 아사히신문이 2001년 실시한 ‘지난 1000년 동안의 일본 작가에 대한 독자 인기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작가다. 그는 리얼리즘과 자연주의가 득세했던 당대 일본 문학계에서 독특한 미의식과 유머러스한 문명 비판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확립했다. ‘풀베개’ 역시 그 특유의 문명 비판, 동양적인 미를 시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역작이다.

주인공이자 내레이터인 ‘나’는 동백이 지는 모습을 보고 “또 하나 큰 송이가 피를 칠한 사람의 혼백처럼 떨어진다”고 독백한다. ‘나’는 화가이다. ‘나’의 눈에 비친 여주인공 나미는 이혼한 뒤 친정으로 돌아와 미치광이라는 이야기를 듣지만 특유의 재기발랄한 매력을 뿜어 낸다.

‘나’는 그녀를 통해 ‘햄릿’의 여주인공 ‘오필리아’를 동양의 미학으로 그려 보려고 한다. 이미 밀레가 숨진 채 물 위에 떠있는 ‘오필리아’를 그려 냈지만, ‘내’가 그려 내는 물 위의 오필리아는 동백꽃의 이미지를 띤 것이다. 이를 통해 나쓰메의 예술론이 서서히 떠오르는 작품이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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