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꽃들의 웃음판’…한시로 풀어낸 봄 여름 가을 겨울

  • 입력 2005년 5월 28일 07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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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의 웃음판/정민 지음/260쪽·1만5000원·사계절

“한시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언어다. 점입가경(漸入佳境)의 언어다. 절제와 함축을 강조한다. 그것은 마치 가만히 물에 담가 두면 마구 불어나는 미역과도 같다.”

일찍이 한시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었던 저자(한양대 국문학과 교수)가 오래 묵혀 두고 아껴 다듬던 시들을 털어 냈다.

봄 꽃, 여름 숲, 가을 잎, 겨울 산의 사계절로 나누어 선조들의 명시 120편을 묶어 냈다.

봄꽃에 마음 설레고 가을 잎에 가슴 에인다고 했던가. 임을 그리는 여인의 마음으로 봄꽃을 보고, 어느 가을날 밤중에 깨어 앉은 스님의 귀로 사물의 섭리를 들으며, 기상이 충천한 선비의 눈으로 눈 덮인 산을 본다.

‘봄 시름과 봄 흥이 어느 것이 더 깊은가/제비도 오지 않고 꽃도 아직 안 피었네….(春愁春興誰深淺/燕子不來花未開)’

조선조 문인 서거정의 한시 ‘춘일(春日)’에 서정시인 신석정이 ‘호조일성(好鳥一聲)’으로 이리 화답한다. ‘갓 핀/청매(靑梅)/성근 가지/일렁이는/향기에도/자칫/혈압이/오른다….’

향기를 찾아든 멧새가 이 가지 저 가지 위에서 서럽도록 고운 목소리를 포롱대는 봄날, 고금(古今)의 시정이 물씬 배어나지 않는가.

이기우 문화전문 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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