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 플레처스쿨 “분단 한국은 섬나라… 바다로 나가라”

  • 입력 2005년 5월 28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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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시아에서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며 21세기의 새로운 국가 비전을 추구하는 한국에 대양(大洋)을 통해 재도약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해양사학(Oceanic History)계에서 미국 최고의 권위자로 꼽히는 존 커티스 페리(75·사진) 플레처스쿨 교수는 26일 밤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대양에 가깝게 위치한 국가들의 번영은 고대 그리스문명 이래 수천 년 동안 입증된 진리”라며 이같이 말했다.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무적 함대’를 보유했던 스페인, 대영제국의 성공 등이 모두 그 같은 예라는 것.

페리 교수는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한국 국민이 역사상 최대의 비극으로 꼽는 남북 분단이 오히려 한국에는 기회로 작용했다”며 “휴전선을 중심으로 단절되면서 사실상 ‘섬나라’가 된 한국이 바다로 눈을 돌린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국이 수출대국을 지향하며 일본을 넘어 태평양 건너 미국을 바라본 것이 전후 한국경제 부흥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1989년 황장엽(黃長燁) 전 북한 노동당 비서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는 그는 “반면 북한은 철저하게 대륙을 지향하고 북한을 폐쇄사회로 운영한 끝에 오늘날의 곤란을 초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구상에서 인류가 새로운 자원이나 잠재력에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분야는 대양”이라며 “그러나 인류는 아직 대양에 대한 두려움과 의도적인 무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류가 화성 표면에 대해 알고 있는 것보다 바다 속에 대한 지식이 적다는 것이 그의 평가. 그는 ‘21세기 한국을 위한 리더십과 비전’을 주제로 김구아카데미가 25∼27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개최한 국제학술대회 참석차 방한했으며 28일 미국으로 돌아간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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