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치 日차관 발언 해명]“유감”…한국 문책요구와 큰차

  • 입력 2005년 5월 28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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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강화” 시민궐기대회보수단체인 ‘반핵반김 국민협의회’ 소속 회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시민궐기대회를 열고 북핵 저지와 한미동맹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
“한미동맹 강화” 시민궐기대회
보수단체인 ‘반핵반김 국민협의회’ 소속 회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시민궐기대회를 열고 북핵 저지와 한미동맹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
27일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의 ‘유감 표명’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두고 정부가 숙고를 거듭하고 있다.

야치 차관의 ‘한국과 대북(對北) 정보 공유 곤란’ 발언에 대해 26일 청와대가 나서 ‘응분의 조치’를 요구했으나 일본의 대응이 이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야치 차관의 해명은 크게 두 가지다. 자신의 발언이 한국 내에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면 유감이며 이와 관련해 상관인 외상에게 주의를 받았다는 것과 한국 국회의원들과 나눈 비공식적인 발언이 공개돼 당혹스럽다는 것이다.

정부가 일본 측에 요구한 응분의 조치는 사실상 야치 차관의 문책을 의미하는 것으로 ‘유감’이나 ‘주의’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더구나 야치 차관이 발언의 공개 경위를 재차 문제 삼은 부분은 청와대를 다시 자극할 수도 있다. 청와대가 직접 대응에 나선 원인 중 하나가 발언의 공개 경위를 문제 삼으며 사과를 거부한 일본 측의 자세였기 때문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이번에도 대충 봉합하고 넘어가면 일본 정부 고위인사의 도발은 영원히 되풀이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한일 및 한미 관계를 바라보는 일본의 태도에 대한 의구심이 깔려 있다.

실제로 이번 사태의 와중에도 자민당의 중의원 의원인 모리오카 마사히로(森岡正宏) 후생노동성 정무관이 일본의 A급 전범에 대해 “그들은 일본 국내에서는 더 이상 죄인이 아니다”고 말했으며,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 등은 역사교과서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비판에 대해 “트집 잡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부는 노련한 외교관인 야치 차관이 한미, 한일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문제의 발언을 한 것을 특히 주목하고 있다. 다분히 의도성이 짙다는 것이다. 그동안 6자회담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설 등 강경론의 상당 부분이 일본 쪽에서 흘러나온 데 대해 정부는 못마땅해 하던 참이었다.

그렇다고 3월의 외교 갈등에 이어 또다시 이번 사태를 외교전으로 몰아가기에는 부담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정부로서는 6자회담이 기로에 놓인 상황에서 한미, 한일정상회담이 잇따라 예정된 마당에 한미일 공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정부가 ‘야치 발언’에 초강경 대응을 한 배경엔 한미정상회담 등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한 측면도 있다.

정부가 야치 차관의 유감 표명에 대해 즉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은 것은 이처럼 복잡한 상황 때문이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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