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거리는 NPT…核합의문 채택 실패

  • 입력 2005년 5월 28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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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유엔본부에서 27일 폐막된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가 주요 현안에 대한 회원국들의 첨예한 견해차로 결국 합의문 채택에 실패했다. 2일부터 열린 NPT 평가회의는 NPT 체제 강화를 위한 합의문을 채택할 예정이었으나 핵 보유국과 비보유국 간의 오랜 견해차 때문에 주요 쟁점들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이에 따라 회의 내용을 단순정리한 의장성명이 발표될 예정인데 이 성명조차 논란을 피하기 위해 극히 원론적인 내용만 포함할 것이며 북한 핵문제에 관한 언급이 포함될지도 불투명하다고 유엔 소식통이 전했다.

이로써 올해 35년이 되는 NPT 체제는 여러 나라가 가입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지나치게 느슨하게 출범한 허점 때문에 핵확산 방지 등의 중점과제와 탈퇴국에 대한 제재 등 현안을 처리하지 못하는 상태가 돼버렸다.

이번 회의가 아무 소득 없이 끝날 것이라는 것은 작년 준비모임에서 핵 보유국과 비보유국 간에 논란만 벌이고 의제 설정에도 실패한 데다 농축 재처리 기술 이전에 대한 규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비동맹국가들 간의 의견 대립이 심각한 상태였던 점에서 이미 예견돼 왔다.

북한 핵문제의 경우 한미일 3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방법(CVID)’으로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중국은 이런 표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188개 회원국은 회의 개막 후 10여 일 만에 3개 위원회를 구성해 핵군축, 핵 비확산,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등 3개 의제에 대한 분야별 합의 도출을 시도했으나 참여국 간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 협상을 포기했다.

핵 비보유국들은 보유국들이 핵무기 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조약 등 문서로 확약할 것을 요구했으나 보유국들은 NPT 의무를 잘 준수하는 국가만이 안전보장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반박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5년 만에 열린 이번 회의에 대한 비판 속에 NPT 무용론까지 본격 거론되면서 유엔 주변에서는 더 이상 NPT에 얽매이지 말고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뉴욕=홍권희 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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